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 반면교사 삼았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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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회장, 노소영 관장과 이혼 의사 밝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의 내밀한 가정사를 담은 편지를 공개하고 나서 구체적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의 개인사 고백이 담긴 편지는 29일자 일간지에 보도됐다. 

 최 회장은 편지에서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하려 한다"면서 노 관장과의 결혼생활이 순탄하지 못했고 오래전부터 별거 중이라는사실을 공개했다. 또 다른 여인과의 사이에 6살 난 딸이 있다는 점도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자 한다는 점을 토로했다.

 이런 사생활을 담은 편지가 세계일보에 전달된 이유에 대해 SK그룹 측은 "회장님이 아는 분이 그쪽에 있다. 그 분한테 그 얘기를 하다 레터를 쓰게 된 것 같다"고해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최 회장이 혼외 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부정적으로 노출될까 우려해 나름 치밀한 각본을 짠 결과물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혼외 정사와 함께 혼외 자녀까지 두게 된 사실이 폭로성 기사로 공개될 경우 재벌 총수로서의 인격과 도덕성 등에 큰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 회장으로선 차라리 자신이 직접 나서 심경을 담은 편지를 공개하는 선제적 대응으로 세간의 차가운 시선을 누그러뜨려 보자고 시도했을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사면의 은전을 입고 출소했다. 당시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하고 보다 성실한 삶을 살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혼외자까지둔 자신의 개인 사생활이 재벌 총수로서의 새 삶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혼외자의 존재를 굳이 감추다가 실각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을 수도 있다. 

 최 회장 부부가 별거하고 있다는 점이나 혼외 딸이 있다는 사실은 그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차라리 이를 고백편지 형식으로 언론에 스스로 공개하고 정식 이혼절차 등을 밟는 전략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최 회장은 한 법무법인을 통해 노 관장과의 이혼 소장을 작성해 놓았으나 자신이 형사사건에 휘말리자 법원에 제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편지공개 사건을 계기로 조만간 이혼 소장을 정식 제출할 가능성이큰 것으로 점쳐진다.

 최 회장이 편지에서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고 지칭한 여인 A씨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30대 후반 나이인 A씨는 최 회장이 수년전 횡령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법정을 찾아와 공판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고 그 모습은 취재진에 여러 차례 목격됐다.

최 회장은 A씨를 위해 서울 한남동에 아파트를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언론사에서 최 회장의 가정사에 대해 취재를 해왔으나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왔다"며 "세계일보에서 취재를 해서 편지를 공개하게 됐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SK 최태원 회장이 이혼과 관련 언론에 전한 편지 전문>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습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 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2015. 12. 26 최태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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