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였다. 역사학자의 90%를 좌편향으로 몰아넣고, 일반 국민들을 찬반으로 양분한 가운데 국정교과서 제작이 강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집필진이 누구인지, 집필기준은 무엇인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궁금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보 제공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국정교과서 제작은 당위성 여부를 떠나 첫 출발부터 불안한 가운데 시작됐다. 대표집필진이 엉뚱한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했고, 자격논란이 불거진 상업교사가 스스로 사퇴했다. 현재는 총 집필진과 편찬 심의위원이 몇 명인지만 밝혀진 상황이다.

교육부는 집필진의 명단을 밝힐 경우 외부 압력으로 교과서 제작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집필진의 면모 못지않게 중요한 집필기준을 밝히지 않아 국정교과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알다시피 집필기준은 집필방향과 유의점을 담은 지침이라 이것만 보아도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는데 교육부는 아예 함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확정된 편찬기준에 대한 공개시점을 국사편찬위원회, 편찬심의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이 더 이상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하루속히 공개해야 한다.

알려진 국정교과서 스케줄은 상당히 빠듯한 상황이다. 국정교과서 원고본이 7월, 수정과 보완작업을 거친 2차본이 9월, 그리고 최종본이 12월에 나온다고 한다. 내년 3월 학교 수업에 지장이 없기 위해서는 이대로 진행해도 바쁠 듯하다. 교육부가 11월쯤 국정교과서 실체를 밝힌다고 하는데 이는 교과서 최종본이 나오기 불과 한 달 전이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것에 비하면 너무나 불친절한 배려다. 교육부가 국정화 작업에 자신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당하게 집필기준이나 집필진을 밝혀서 더 이상의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가뜩이나 반대와 우려가 많은 국정화 작업이다. 각계각층의 마음을 모아도 부족한 상황에서 밀실 교과서 제작으로 국민의 이해로부터 멀어지는 길을 자초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정교과서와 무관하게 일부 교육청에서는 대안교과서도 준비하고 있어서 앞으로 역사교육의 혼란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높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작업인 만큼 정부의 말대로 좌편향도, 우편향도 아닌 역사적·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교과서를 만드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바란다.

중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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