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예산 두고도 보육대란 뒷짐...도교육청 "급식예산...전용불가"

보육대란을 촉발시킨 경기도교육청이 1천200억 원 가량의 잉여 예산이 확보돼 있었는데도 누리과정에 투입하지 않은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정부 몫이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일관된 주장이지만, 쓸 예산이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어서 검찰 수사 및 감사원 감사에 이어 조만간 다시 불붙게 될 보육대란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부일보가 지난달 30일 경기도의회를 통과한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올해 수정예산서를 분석해본 결과, 경기도는 도교육청에 학교교육급식(237억 원), 초등학교 노후화장실 개선 사업비(288억 원) 명목으로 모두 635억 원의 교육협력사업비를 편성했다.

이 예산은 경기도가 도교육청에 교육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지원하는 비법정전출금으로 전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예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교육청이 올해분 학교급식 예산 전액을 편성해 놓았기 때문에 교육사업협력비 중 친환경학교급식비 237억 원은 불용(不用)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도교육청이 의지만 있으면 다른 사업으로 전용이 가능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학교급식 예산 7천340억 원 전액을 확보해놓고도, 경기도의 지원 예산을 다른 사업으로 편성하지 않고 그대로 학교급식 사업에 포함시켰다.

추가로 확보된 학교급식예산 237억 원 만큼 자체 예산을 줄이거나, 전액을 전용하는 방식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수정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예산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도의회 예산심의과정에서 학교급식예산으로 정했기 때문에 누리과정예산으로 전용할 수 없었다”라며 “추경(전용 등)에는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노후화장실 개선사업비 288억 원도 마찬가지다. 도교육청은 세입 항목에 경기도 전입금으로 포함시킨 뒤 세출항목에는 학교시설개보수비에 편성했다.

도교육청은 학교용지분담금 500억 원도 누리과정에 투입할 여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도교육청에 학교용지분담금 500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사실상 도비 내시에 해당하기 때문에 도교육청은 세입으로 잡은 뒤 세출 예산에 편성할 수 있었는데도 누락시켰다.

또 다른 경기도 관계자는 “도교육청 측이 소극적인 행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누리과정에 부담할 예산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누락시킨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용지부담금은 경기도와 합의해 올해 1회 추경에 편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구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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