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추가·노선변경 탓 사업비 증폭...늘어난 비용 검증위해 설계 중단
결과따라 4번째 예타사태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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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후 황골마을 입구에 인덕원-수원 복선전철 영통역입구사거리역 설치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노민규기자
기획재정부가 이른바 ‘정치철’(政治鐵)로 불리는 신(新)수원선(인덕원~수원·동탄) 복선전철 건설비용을 ‘현미경 검증’(심층분석) 해달라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역(驛) 끼워넣기’, ‘노선 돌리기’ 등의 영향으로 대폭 늘어난 건설비용이 총 사업비에 적정하게 반영된 것인지를 세밀하게 검증해보겠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기본설계도 무기한 중단됐다.

정부가 기본설계 직전인 국책사업에 대해 사업비 검증을 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검증 결과, 당초 계획에 없던 역사 신설과 노선 변경 등으로 늘어난 건설비용이 당초 사업비의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신수원선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하거나 역사와 노선을 재조정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복수의 경기도 관계자는 “신수원선 기본설계가 지연되고 있는 배경을 파악해봤더니 기재부쪽에서 지난해 12월 KDI측에 신수원선 건설비용 중 증액된 사업비에 대한 심층분석을 의뢰했더라”면서 “기재부는 정치권이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피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를 압박해 사업비용을 억지로 끼워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고 있는 듯 했다”고 말했다.

기재부와 국토부는 사업비 심층분석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토부를 통해 KDI에 의뢰했다”면서 “총 사업비가 3조 원대에 달하고 당초 계획보다 (비용이)크게 늘어 심층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기재부에서 심층분석을 요구해와 (기본설계를 미루고)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면서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수원선 건설비용 가운데 정치권의 입김 때문에 늘어난 사업비를 정밀하게 다시 따져본 후 노선과 역사를 최종적으로 확정짓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사업비를 재검증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현직 국회의원과 정치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들 관계자는 “안양 호계, 수원 장안, 용인 흥덕, 화성 능동 4개 역이 추가되고, 노선까지 변경(흥덕 경유)된 탓에 당초 2조5천220억 원이던 총 사업비가 대폭 늘었다”면서 “기재부와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과 지역 주민들의 여론에 밀려서 기본계획을 변경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 변경으로 늘어난 사업비가 당초보다 20%이상 많아지면 최소 6~8개월 가량 걸리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 신수원선은 2007년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만 3차례 진행된 노선이다.

홍성령 교통안전관리공단 교수는 “(신수원선은) 외부적 요인 때문에 운영 적자가 날 수도 있다”면서 “적자를 재정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계획변경으로 인한 건설비용이 4천500억 원 가량 증가한 3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지난해 말 기본계획 고시, 주민설명회 등 법적 절차를 마친 상태다.

국토부는 사업비 증가율을 17.66%로 계산하고 기본계획을 확정했지만, 사업비 재조정 과정에서 증가폭이 18% 후반대를 넘어서자 관련 자료를 기재부에 제출하고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투자 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을 경우 예산 규모의 결정 권한은 기재부가 갖고 있고, 정부 각 부처는 사업발주 이전에 기재부와 협의해야 한다.

김만구·최홍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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