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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악의 음치 소프라노이자 ‘들어줄 수 없는 목소리’라는 악명으로 더 유명했던 플로렌스 젠킨스(1868~1944)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이 오는 17일 개봉한다.

1920년대 프랑스 파리 거대한 저택에서 열린 자선 음악회의 마지막 순서는 후원자이자 자택의 여주인인 마가렛트(까뜨린느 프로). 공작새의 깃털을 머리에 꽂은 그녀가 등장하자 청중들은 환호하고, 마가렛트는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그녀가 부르는 ‘마술피리’ 속 아리아 ‘밤의 여왕’은 형편없지만 노래가 끝난 뒤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환호한다. 아무도 그녀가 음치라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열정과 돈만 있던 여가수는 자신의 진짜 실력을 몰랐다. 사람들은 그녀의 순수한 열정과 엄청난 재력에만 관심을 가졌다. 어느 날 호기심에 음악회를 찾았던 기자 루시앙(실뱅 디유에드)이 마가렛트의 호감을 사고자 좋은 기사를 쓰고, 이에 용기를 얻은 그녀가 정식으로 공연을 하겠다고 나서며 일은 점점 커진다.

남편 뒤몽 남작(앙드레 마르콩)은 공연 준비에 들뜬 부인에게 진실을 말해줘야 할지 갈등한다. 진실을 말해주면 마가렛트가 이를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됐고 실제 공연이 벌어진다면 부인의 음치공연에 따른 수치심을 자신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가 우려됐다.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은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흥미진진한 풍자극이다. 수많은 거짓말로 만들어진 환상 속에서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가진 한 여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저마다의 이유 때문에 점점 불어나는 거짓말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재기발랄한 블랙코미디로 시작한 영화는 묵직한 드라마로 술술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플로렌스 젠킨스는 1944년 76살의 나이로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주최했다. 그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관객들로 인해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인생의 역설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 이 영화는 어떻게 끝날지,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에도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 17일 개봉.

박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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