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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듯’ 개인과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 사회도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 그리고 경제 성장에 따라 삶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갈등이 일상화돼 있다. 갈등은 장기화 될수록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간의 분열·반목의 골이 깊어진다.

사회 변화의 속도만큼 갈등 발생의 빈도가 늘고, 양상도 다양해졌다. 2015년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는 OECD 34개국 중 27위(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며, 갈등의 사회적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27%(삼성경제연구소 조사)다. 갈등 해결의 역량이 국가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시대다. ‘빨리 빨리’의 행태는 우리 경제발전에 기여했지만 갈등 해소에는 ‘물과 기름의 관계’다.

갈등관리의 관건은 의사 결정 과정에 이해관계자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참여는 계획의 초기 단계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과 계획의 수립, 공공시설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살필 때부터 해당 주민들의 참여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사)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발표한‘제3차 한국인 공공갈등 의식조사’에서도 바람직한 갈등 해결의 방법으로‘갈등전문가나 기관 등 제3자를 통한 조정과 화해 시도’, ‘대화를 통한 해결 방식’이 손꼽힌다. 이처럼 공공갈등 해결의 패러다임이 권위주의 방식에서 시민참여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수원시는 좋은시정위원회, 도시계획 시민계획단, 시민배심원제, 마을계획단, 주민참여예산제 등 민·관 거버넌스 행정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과 소통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인구 125만으로 전국 최대의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시에는 공공갈등, 특히 집단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공공갈등의 유형은 건설·교통, 환경·녹지, 도시정책, 주택 등의 분야에 편중돼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관련된 다량의 반복 민원이 많았다. 2015년에는 화성 광역화장장 건립, 수원군공항 이전 등 타 지자체와의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어 체계적인 공공갈등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수원시는 2014년 9월, 갈등관리를 전담하는 시민소통기획관을 신설하였고, 2015년 7월에는 ‘수원시공공갈등예방및해결에관한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올해에는 공공갈등관리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 주요 사업에 대한 공공갈등 진단과 대응계획 수립, 갈등관리 역량 강화 교육, 집단민원 사전 파악과 대응에 중점을 둘 것이다.

지난해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한 덴마크 코펜하겐시는 인류학자들로 구성된 소통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업계획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더 잘 듣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 자전거 이용자에게 편리한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8개월 동안 의견 수렴을 위한 콘테이너 부스를 설치하고, 마을의 고등학생들에게 거리의 설계를 맡겼다. 더 많은 시민을 만나기 위해 시간대도 달리하고, 세대와 연령도 다양하게 구성한다. 반대 입장의 주민들에게는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들은 백지 상태에서 주민의 의견이라는 붓으로 계획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선진 행정에서 소통은 일상이자 상식이었다.

갈등은 공동체 생활에 불가피한 현상이다. 따라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존중하고, 합리적 절차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야 한다. 인식과 행태를 바꿀 때가 되었다. 공무원은 정보 공개와 소통의 장을 먼저 준비하자. 시민은 공공의 절차와 토론의 과정을 통해 이견과 대안을 제시하는 합리적 태도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소통은 아직도 낯설다. 그리고 번거롭다. 하지만 공공갈등 해결의 소화제이자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영양제의 역할을 한다. 시민이 만족하는 행정, 시민에게 힘이 되는 행정,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수원의 행정, 소통이 답이다.

권찬호 수원시 시민소통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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