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당하는 엘사와 손녀의 유일한 단짝 괴짜 할머니의 이야기
가족·이웃간 갈등 유쾌하게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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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지음│다산책방│522페이지

최근 유머와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는 북유럽 소설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 ‘오베라는 남자’는 가족과 삶,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친근한 드라마 코드에 담아 유쾌하고도 감동적으로 전달했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걸 확인 시킨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이 전작의 팬들이 가진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소설적 기법을 좀 더 신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내놨다.

이 작품은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손녀까지 여성 3대가 그려내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프레드릭 배크만이 전작 ‘오베라는 남자’에서 59세 남자 오베를 통해 이웃과 사회와의 화해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면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는 일곱 살 소녀 엘사의 눈을 통해 케케묵은 가족 간의 갈등을 풀어내고 화해로 이끌어낸다. 그 대상은 할머니와 엄마, 엄마와 딸이 되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오해로 등 돌린 이웃 간의 화해로 확장되기도 하고 자기 자신과의 화해로 깊어지기도 한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의 주인공 7살 엘사는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한데 되바라지기까지 해서 학교에서는 왕따요, 선생님들에게는 눈엣가시며, 주변 어른들에게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존재다. 그러니 당연히 친구도 없고 말상대라고 해봐야 엄마도 아니라 한 세대 건너뛴 할머니뿐이다. 손녀의 단짝인 할머니는 통속적이지 않은, 오히려 기존 관념의 틀을 깨는 독특한 캐릭터다. 볼일을 볼 땐 늘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학교 교장에게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전도를 목적으로 집집마다 방문하는 종교인들에게는 페인트 총을 쏘아대는 등 할머니의 기이한 행동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손녀를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라게 하는 양분 역할을 한다. 남들은 엘사에게 ‘특이하다’ ‘튀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할 때, 할머니는 남들과 다른 건 특별한 거라고 가르쳐준다.

배크만의 신작 장편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부모자식간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유대, 멀어지거나 좁혀들 수 없는 간극에 켜켜이 쌓인 먼지 같은 오해, 부모는 늙어가고 자식은 머리가 굵어갈수록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서운함이 교차하는 지점에 선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만한 감성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또한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로 독자들을 넋 놓게 만들었다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유머로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가서는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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