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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군 공항 이전 사업은 120만 수원시민의 염원이다. 소음피해 민원에서 출발한 군 공항 이전은 수원이라는 도시의 공간적 패러다임을 구축해 정조대왕의 화성 축성이라는 대업에 견줄만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수원 군 공항은 수원시의 성장과 함께 시가지가 확장되면서 도심 중앙에 위치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소음과 고도제한 등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유발했다. 이에 따른 피해소송과 배상 증가로 국가 재정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에서도 부지협소와 시설 노후화 등 안정적인 작전 수행을 위해 새로운 공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다.

하지만 수원군공항 이전 추진문제는 정치적 논리와 지자체간 갈등에 발목이 잡혀 추진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듯했던 수원 군 공항 이전 사업은 4·13 총선이 시작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총선 이전까지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해 왔지만 2단계 계획의 핵심인 예비이전 후보지 발표를 총선 이후로 미뤄온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각 지역 출마자들마다 비행장 이전 문제를 ‘실현하겠다’, ‘사수하겠다’며 대립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그 사이 후발주자인 전남광주와 대구시는 턱밑까지 쫓아온 상태다. 특히 대구시의 경우 지난달 국방부의 자문회의를 마친 상태이고, 광주시도 내달까지 타당성 평가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수원 군 공항 이전사업이 첫 삽도 뜨기 전에 백지화 또는 장기화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군 공항 이전의 키워드는 갈등해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원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 지금은 갈등의 잠복기 상태이지만 이전 사업 추진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하면서 다각도에서 터져 나올 것이다. 이전 대상지 발표 직전까지는 부지라는 쟁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고, 이전 대상지가 발표되면 보상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을 것이다. 군 시설에 대한 기피의식이 강해 사회적 갈등을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이 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민·정·관을 아우르는 협의체가 구성되어야 한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중심으로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자치단체장과 시·군의원,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범 연합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수원시 군 공항이전 수원 시민협의회를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자치단체 구성원들로 확대해야 한다. 거미줄처럼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각 지자체의 목소리와 밑바닥 의견까지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예비이전 후보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보상 문제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의체가 구성되어야 한다. 피해의식에서 나온 지역 이기심을 함께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창구의 단일화다. 지난해 우리는 메르스 때문에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던 적이 있다.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던 문제를 확산시킨 것은 환자 발생 정보를 초기에 의료진이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서운 전염병일수록 정확한 환자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지만, 정부는 뒤늦게 환자이동 경로와 의료기관을 공개토록 했다. 초기 부정확한 정보가 오판을 부추기고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자칫하면 나와 가족의 생명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군 공항 이전 문제도 다르지 않다.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은 소문들이 나돌고 있고, 또 일부 정치인들은 이 같은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 사실관계와 일치하지 않은 갈등에 대한 해소도 협의체가 책임져야 한다. 정확한 팩트만 전달될 수 있도록 대외적인 홍보활동을 할때 창구를 단일화 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원 군 공항 이전사업은 이제 2막이 시작됐다. 수원시는 군 공항 이전으로 고품격 생활문화 및 글로벌 첨단산업이 어우러진 스마트폴리스 도시 조성을 추진하고, 새 공항을 받아들이는 지자체는 경제적 부수 효과를 통해 지역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닦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국방부와 수원시는 새롭게 이전되는 군 공항 이전 지자체에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와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고, 후보 대상지는 반대에 앞서 지자체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 이전에 ‘범 연합협의체’ 구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엄득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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