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명인이 풀어낸 식민지 근대작가의 의식 탐구
민족주의적 강박과 친일문학 등 1940년대 문학에 대한 해명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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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인│소명출판│379페이지

문학평론가이자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인 김명인이 한국문학 연구자로서 지난 20여년 간 식민지 역사 경험이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 무의식, 일상성에 끼친 다양한 영향이 어떻게 문학적으로 현상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풀어낸 글들을 엮은 책 ‘문학적 근대의 자의식’을 펴냈다.

저자는 식민지에서 근대가 ‘폭력이자 유혹’이라는 양가적인 형태로 나타났고 이러한 양가성이 여전히 작동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한국 근대문학을 연구하는 작업은 곧 식민지시대와 그 이후를 함께 역사화하는 작업임과 동시에 연구하는 주체에게도 각인된 ‘거부이자 매혹’이라는 양가적인 심층의식을 분석하는 정신분석학적 작업이기도 하다.

1부에서는 ‘민족문학’과 ‘민족문학사’의 역사와 운명을 다룬 글들을 담았다. 우리가 근대를 식민지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근대문학이 이처럼 특별히 민족문학으로 호명되고 전유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탈근대담론의 거센 도전 앞에 선 민족문학의 동요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근대담론의 원심성이 현실극복을 위한 어떤 대안을 찾지 못하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속에 포함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실천의 장으로서 ‘민족’의 영역과 그 실천행위인 정치적 글쓰기로서의 민족문학의 필요성을 모색하고 나섰다.

2부에서는 이인직, 염상섭, 박태원, 이상 등 식민지 근대를 살며 글을 썼던 작가들의 의식과 문학적 실천 속에서 ‘식민지 근대성’이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를 탐구했다. 식민지하의 도시화가 두드러지게 진행됐던 1930년대 이상의 ‘은폐된 낭만주의’와 1960년대 자본주의 근대도시의 삶을 비극적으로 받아들인 김승옥의 작품을 통해 이를 근대도시 바깥에 대한 낭만적인 사유로 연결시킨 흔적들을 탐색했다.

3부에서는 ‘비애’의 감각을 중심으로 1910년에서 1925년에 이르는 15년 여 동안 식민지 조선에서의 문학개념이 형성·변모해 온 과정을 다뤘다. 또 그 동안 ‘암흑기’로 치부하며 민족주의적 강박과 식민지 파시즘론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고수했던 ‘친일문학’에 대한 논의를 전반적으로 개관하며 1940년 전반기의 문학을 보다 보편적인 맥락에서 해명하고 제대로 평가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저자는 충분한 성찰이 진행되지 않는 한, 문학적 근대성 혹은 근대문학을 해체하고 재축조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민족문학의 역사와 작가론, 기원과 경과를 엄밀하게 성찰했다. 그들의 ‘자의식’을 통해 근대성의 정체를 묻는 작업은 이후 한국 근대문학의 연구에도 유의미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박현민기자/mi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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