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천∼1만5천명 구사일생…"수많은 송장이 떠다니는 바다"

유럽연합(EU)의 이주민 대책 변동에 따라 난민들이 험로로 몰리면서 지중해가 다시 무덤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주 한 주에만 보트를 타고 리비아 해안을 떠나 지중해를 건너던 난민 1만3천∼1만5천여명이 구조되고 700여명이 숨졌다고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 등이 29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HCR)를 인용해 보도했다.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항로에서는 지난 25∼27일 사흘간 연이어 난민을 가득 태운 선박이 전복되거나 난파되는 사고 3건이 발생했다.

집계된 사망자 수는 난파 사고 2건으로 난민 1천300명 이상이 사망한 지난해 4월 이후 최다로 기록됐다.

난민들의 행렬을 목격한 이들에게서는 지중해가 공동묘지로 변해가고 있다는 취지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구조에 참여한 독일 비정부단체(NGO) '시 워치'의 지오르지아 리나르디는 "정말 끔찍했다"며 "바다에 수많은 송장이 떠다니고, 숨을 쉬지만 반응하지 않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듯한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리비아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은 대부분 에리트레아,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남수단, 감비아, 가나 등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 출신이다. 이들은 독재, 전쟁, 가난 등을 벗어나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지중해를 건넌다.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서 날씨가 좋아지고 바다도 평온해져 리비아에 있는 많은 밀입국 알선업자가 더 많은 난민을 열악한 배에 태워 이탈리아로 보내고 있다.

작년에는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난민 약 130만명이 유럽으로 몰려들었다.

터키를 거쳐 그리스를 통해 유럽에 입성하려는 난민들이 에게해에서 조난 사고를 겪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발칸 국가의 국경 통제, EU와 터키가 맺은 난민송환협정으로 터키-그리스간 난민유입 통로가 막히자 그리스에 상륙하는 난민은 급감했다.

그 대신 난민 밀입국업자들은 훨씬 더 위험한 리비아-이탈리아 항로에 눈을 돌리면서 지난 주와 같은 참사가 불거지고 있다.

국제난민기구(IMO)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리비아에서 출발해 바다를 건너다가 구조된 난민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약 4만1천명이다.

▲ 이탈리아 해군함정 베가호가 지난 27일 난파선에서 발견된 45구의 시신을 수습, 이날 남부 레기오 칼라브리아 항에서 내리는 모습. AP 연합
지난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은 난민은 3천700여명이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는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페데리코 포시 UNHCR 대변인은 "지난주는 사망자 숫자가 이례적으로 극심하게 많은 한 주였다"며 "앞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도 난민들이 이탈리아로 가는 위험한 여정을 위해 리비아로 몰려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자들은 최근 수년간 지중해를 건너던 수많은 난민선이 흔적도 없이 바다에 가라앉은 사례도 있다고 밝혀 집계되지 않은 희생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은 망명을 원하면 EU의 협약에 따라 대다수는 상륙하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떠나 다른 EU 국가로 보내져야 한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을 놓고 반발이 거센 가운데 실제로 다른 유럽 국가로 이동해 정착한 난민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연합

▲ 지난 25일 리비아 해안에서 난민을 가득 태운 저인망 어선이 정원을 초과해 뒤집히는 모습.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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