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 논란이 지속중인 가운데 한 공기업 산하의 지사(支社)들이 보다 많은 성과급을 지급받기 위해 고객평가점수를 후하게 줄 것을 종용하는 내용의 서한을 시민들에게 대거 발송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있다.
A공기업 경기지역본부 산하 14개 지사 중 수원, 안양 등 9개 지사들은 이달들어 관할 개인주택을 중심으로 지사장 명의의 서한을 발송하고 있다. 24일 현재 수원지사 800여통, 안양지사 5천여통 등 9개 각 지사별로 수백∼수천통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서한에는 공통적으로 ‘고객님이 10점 만점에 10점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8∼10월에 진행될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10점으로 격려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안양에 거주하는 김모(38·여)씨는 최근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할 시기가 아님에도 A공기업 안양지사에서 발송한 서한을 받고 분노했다.
김씨는 “누진제 때문에 늘어난 요금액수를 고지한 내용일 것으로 생각하고 내용을 봤는데 정말 화가 치밀었다”며 “시민들은 누진제 때문에 폭염에도 에어컨도 못틀고 살고 있는데도 A공기업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만점을 줄 것을 사실상 강용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행위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보인다”고 말했다.
A공기업 산하 지사들이 고객평가 점수를 잘받기 위한 서한을 발송한 것은 점수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달라지는 등 영향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더하고 있다. A공기업은 또 평가 점수를 토대로 지사들의 순위를 매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공기업의 용역업체에서 근무한 B씨는 “A공기업은 고객만족도 평가가 성과급을 좌지우지 한다. 만족도 점수와 성과급 규모가 비례하니 평가에 목매는 것”이라며 “순위에서 하위권인 지사의 급여는 많게는 50%이상 줄어든다. 결국 자신들 성과급이 줄어들까봐 시민들에게 점수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A공기업 경기지역본부는 이날 수원, 안양 외 서한을 발송한 나머지 7개 지사명과 서한 발송 세대 수 등에 대한 취재에 응하지 않는 등 관련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A공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비난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난이 더 거세질 우려가 있어 상세한 내용을 알려주기 어렵다"며 "지사 차원에서 활동 내용을 설명해주는 것과 함께 높은 점수를 받고자 하는 마음에 서한을 발송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백창현기자/bc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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