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몇 장 안에 짧은 제 공직인생을 압축해 표현했을 뿐인데 ‘최우수’라는 크나큰 상을 주셔서 많은 선배들과 동료들에게 부끄러워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주최한 전국 지방세담당 공무원 생활수기 공모에서 ‘내 아버지의 앵두나무’라는 작품명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의왕시청 이금남 주무관(43)의 수줍은 당선 소감이다.

이 작품은 이 주무관이 공직생활 20년 동안 ‘영원의 기억 주머니’ 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쓴 체험수기다. 세무 직으로 첫 발령을 받은 초보공무원이 ‘세금’이라는 인연의 끈으로 만난 납세자들을 통해 조금씩 진짜 세무공무원이

돼 가는 과정을 잔잔히 담았다.

특히 간경화말기 환자이셨던 아버지가 심은 앵두나무 한 그루에 남겨둔 아버지의 마음을 마흔 살이 넘어서야 깨닫고 남은 15년 공직생활에 대한 다짐을 그린 내용은 솔직 담백하고, 어휘와 구성 등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새로운 기억이 계속 스며들어 과거의 기억이 흐려져야 함에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또렷해지는 영원의 기억주머니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 출신인 이 주무관은 지난 1996년 1월 세무직으로 공직에 입문해 첫 발령지인 동사무소 근무 2년을 제외한 18년을 한 사무실에 근무해왔다. 그러다보니 권태기 아닌 권태기를 느낄 때 쯤 어릴 적 꿈꿨던 문학소녀의 꿈이

꿈틀댔다고 한다.

이 금남 주무관은 “정수기의 필터를 통해 혼탁한 물이 맑아지듯 글은 무력감에 빠진 나에게 생기를 넣어줬다”며 “이번 공모전을 통해 그간의 공직생활을 되짚어 보는 반성과 새로운 다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자신감을 갖게 돼 시간이 되는대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창작동화를 많이 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끝으로 이 주무관은 “직장생활의 가장 큰 힘은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이라며 “‘전문직’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되새겨 우리 세무직들이 공직사회에서 더욱더 인정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철·이창현기자/kgpr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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