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푼의 시간 | 구병모 | 예담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구병모가 신작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한 스푼의 시간’은 혼자 살아가는 노인과 소년 로봇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몇 년 전 아내와 사별한 명정은 조금은 낡고 가난한 동네에서 혼자 세탁소를 꾸려가고 있다. 외국에 살고 있는 외아들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어느 날, 발신자가 아들인 택배 상자가 명정에게 도착한다.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본 명정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17세 정도 되는 소년의 모습을 한 ‘로봇’이다.

명정은 마치 아들이 마지막으로 남겨준 선물인 듯한 이 로봇에게 언젠가 둘째 아이가 생기면 부르고 싶었던 이름 ‘은결’을 붙여주고 함께 생활한다.

은결은 만들어진 대로 충실하게 자극과 정보를 받아들이고 학습한 내용을 고도의 연산 작용을 통해 메모리에 저장하고 데이터에 따라 반응한다. 하지만 복잡하고 정교한 계산으로도 답을 얻기 어려운 변수들이 불쑥불쑥 등장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가사노동과 간단한 업무 외에 창의적으로 쓸 만한 구석이 없는 ‘불완전 샘플’인 은결은, 명정의 곁에서 세탁소 일을 돕는 한편 이웃 아이들 시호, 준교, 세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어쩔 수 없는 가난과 고단한 생활을 견디며 절망 속에서도 열망을 잊지 않으며 끝없이 무언가를 간구하고 기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값 1만 2천 원.

박예솔기자/yey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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