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으로 가는 여행

김정현│새봄출판사│244페이지



천혜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독특한 문화, 특유의 기후와 풍토로 ‘보물섬’이라고 잘 알려진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서 누군가는 해안도로를 달려 찾은 성산일출봉의 일출을 통해 위로를, 또 다른 누군가는 사려니 숲의 고요함 속에서 바닥이 없는 어두움을 맞닥뜨리곤 한다.

한 번도 비행기를 타고 여행에 나서본 적 없던 극작가 김정현(36)은 첫 여행으로 떠난 제주도의 낯섦 속에서 첫 사랑과 마주했다. 뭍에 ‘당신’을 두고 떠나온 섬 제주도에서 당신에게 끝내 전하지 못했던 그리움과 사랑, 쓸쓸함을 떠올리며 산문집 ‘세계의 끝으로 가는 여행’을 펴냈다.

2012년 신작희곡 페스티벌에 당선돼 문단에 나온 작가는 지난해 7월 첫 저서로 시극 ‘깨진 밤’을 출간했다. 대중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극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은 시적인 문장으로 된 글을 완성하고 싶은 작가적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김정현 작가는 “소위 잘 팔리는 책들을 보면 일상적이고 쉽게 소비되는 문장으로 구성됐다. 대학원에서 희곡을 공부하며 셰익스피어, 단테 등 시를 썼거나 시적인 언어로만 작품을 썼던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다보니 저 또한 힘든 과정이 되겠지만 시적형태로만 이뤄진, 예술작품에 가까운 글을 쓰고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첫 여행지에서 첫 사랑에게 쓴 글이지만 첫 사랑이 ‘연인’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차마 잊을 수 없어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인생의 ‘처음’을 가져간 사람은 어머니 혹은 친구나 형제일 수도 있다. 첫 사람과의 추억과 상실의 경험 모두 쉬이 극복하기 어려워 마음 속에 담아두는 고통이다.

‘세계의 끝으로…’는 첫 사람에게 남기는 고백같은 글이다. 그래서 작가는 “마음 속에 상처를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뭉클하게 다가오는 문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책은 시극, 두 번째 책은 여행산문이었지만 다음에는 소설을 펴낼 계획이다. “‘세계의 끝으로…’에서 피상적으로만 언급했던 저의 첫 사람, 열사병 같았던 첫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변주해 소설로 써 볼 계획”이라는 김 작가는 “여러 장르의 글을 쓰지만 결국은 모두 사람에 대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박현민기자/mi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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