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탐한 사무라이

이광훈│for book │497페이지



비슷한 시기에 근대화의 여정에 나섰으나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했고 조선은 근대화에 실패해 식민지로 전락하는 운명으로 엇갈렸다. 106년 전, 조선은 전쟁도 하지 않고 그렇게 나라를 빼앗겼다.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는 ‘조선은 왜 그렇게 당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해 조선과 일본의 근대사를 비교 분석한 탐구적 역사 여행의 결과물이다.

저자가 한일 근대사 150년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수도가 함락된 전쟁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조선이 전쟁도 없이 망했던 사건(한일합병)에 주목하면서 부터다. 일본으로 건너가 메이지유신 사적지를 따라가며 조선과 일본의 근대화 여정을 비교 분석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지금까지 그 어떤 역사서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울림으로 다가온다.

비슷한 시기에 근대화에 나섰던 조선과 일본의 대응을 바라보는 이광훈의 시선은 매우 직선적이고 거침이 없다. 근대화의 격랑 앞에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외세에 의지하다 국권을 빼앗긴 고종 한 사람만을 망국의 암군(暗君)으로 매도하기 보다는 상투를 틀고 앉아 근대화의 격랑을 등진 선비들을 무능한 식자(識者)로 비판한다. 반면에 상투를 자르고 근대화에 목숨을 걸었던 사무라이와 일본의 성공 원인을 정밀 분석했다. 조선 관리들의 부패상과 일본 사무라이들의 근대화를 향한 헌신, 서구제국을 향해 창을 활짝 열었던 일본과 오직 중국으로만 열린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다 나라를 보전하지 못했던 조선의 대비는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이광훈이 이끄는 대로 조선과 일본의 근대화 발자취를 따라 깊게 들어가 보면, 분명 보이는 것과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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