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 사태로 새누리당이 국정감사를 전면 거부하면서 집권당 대표인 이정현 의원이 단식 투쟁을 하는 사진이 신문의 앞면을 장식했다. 기대했던 20대 국회의 첫 국감이 첫날부터 파행하면서 얘기는 장기전으로 흐르게 됐다. 물론 정 의장이 “세월호든 뭐든 다 갖고 나오라는데 그게 안 돼. 어버이연합 둘 중의 하나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 그냥 맨입으로 안 되는 거지”라고 말한 데서 시작됐다.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이렇게 마치 야당의 대변인처럼 말한 것은 누가봐도 문제가 있다. 지금이라도 일을 쉽게 푸는 길은 정 의장이 파행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길이다. 빨리 의사일정에 관한 사과로 시작해 경색된 정국을 풀어야 한다. 국회가 이 모양으로 치달으면서 민생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사회 안에서도 온통 파업소식뿐이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노조가 하루 동안 전면 파업을 했는데 인근 도시의 공장 생산 라인이 다 멈춰섰고 그 생산 차질은 7000여대를 상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회사의 사정을 자세히 들어보면 결코 다른 직장에 비해 적은 양이 아니다. 그럼에도 매달 5만8000원 인상과 성과급 및 격려금을 인상하는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음에도 조합원들이 부결시키면서 회사측에 돈을 더 요구하며 파업했다. 이제 우리경제를 한동안 이끌었던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해외에서 생산한 자동차 대수는 오히려 국내 생산 물량을 앞지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국내 생산 비중이 앞서갔지만 이제 그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다른 것은 그렇다 해도 결과가 문제다.

매일같이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며 신문의 오피니언면을 청년일자리 문제 등이 장식하고 있지만 지난 5년 새 국내에서 8000명을 신규 채용하는 동안 해외에서는 1만7000명의 일자리가 더 생겼다면 이런 결과를 누가 인정하겠는가.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노조만 아니었으면 그중 상당수는 국내 일자리가 됐을 것이라는 결과로 바꿀 수 있다. 여기에 공공노조 파업 소식도 들리고 있다. 전국의 철도와 지하철 노조가 22년 만의 총파업에 들어갔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파업으로 당장에 시민들의 큰 불편은 없다해도 장기화하면 상당한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물류 수송 등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어쩌면 국민이 단식하고 파업할 차례다. 들리기에는 청와대도 완강하기만 하다. 대통령비서실장이 “대장 기러기는 방향을 정해 앞장서 나가고 뒤에서는 힘을 보탠다”며 대통령의 강경 자세에 힘을 더하고만 있다. 이럴수록 누구 하나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 경직된 정치권과 끈을 이어야 하고 불안해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야 하지만 청와대의 강공 기조를 당이 따라가면서 주위에도 이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복도에 주저앉은 여당대표와 머리띠를 한 노조원들의 모습이 과연 지금의 상황에 맞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이러다가는 정말 국민들이 파업을 할지 모른다. 잠깐 사이 봇물을 이루며 대의를 이뤄내는 그림을 우리는 적지 않게 보아온 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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