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특례시 승격 추진이 '광교신청사 불가론' 불렀다
▶광교신청사 유치전 왜 벌어지나 = 정찬민 시장이 조심스럽게 꺼내든 ‘광교불가론’이 유치전의 불씨다.
정 시장은 “만약 수원시가 광역시가 되면 관할지역을 벗어난 곳에 도청이 들어서는 격이 되면서 다시 도청을 이전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이중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시장의 주장은 억지성은 아니다.
수원시는 오래전부터 광역시에 준하는 권한을 갖는 ‘특례시’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수원지역 현역 국회의원 5명은 오는 25일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입법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 직후에는 수원시 등을 특례시로 승격시키는 법안이 정식으로 발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시가 특례시로 승격하게 되면 경기도청 광교신청사는 수원시의 계륵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용인시 고위 관계자는 “수원시보다 인구수가 적은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만큼, 수원시의 특례시 승격은 시간문제”라면서 “수원시가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특례시가 되면 사실상 경기도의 수부도시 기능은 하지 못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전이 광역시가 되면서 충남도청이 예산으로 이전했고, 대구에 있던 경북도청, 광주에 있던 전남도청도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면서 “광역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경기도청사를 또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수 있는 미래를 내다보는 행정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 시장이 용인 유치 제안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의 특례시 승격을 전제한 다소 비약적인 논리이긴 하지만, 정 시장이 제기한 ‘수원 특례시 승격=광교신청사 이전’ 등식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광교신청사 유치전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없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안양교도소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안양시의 입장에서 보면, 기회만 주어지면 경기도청사 유치전에 뛰어들 것”이라며 “수원시가 특례시로 승격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으면 유치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시장, 남 지사 위해 총대맸나 = 정 시장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제안을 한 배경에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 지사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정 시장이 큰 꿈을 꾸고 있는 남 지사 앞에 놓인 난제를 풀어줄 목적으로 정치적인 총대를 맺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남 지사가 내년 2~3월께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6월에 광교신청사를 착공하게 되면 곧바로 호화청사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남 지사와 가까운 정 시장이 남 지사 앞길에 펼쳐질 수도 있는 흙길을 걷어내주려고 용인 유치 카드를 꺼내들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임 중에 신청사를 지은 정치인들은 대부분 불행해진 전례에 비춰볼때 남 지사 쪽에서는 광교신청사가 목에 가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 “정 시장이 앞장서서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격”이라고 해석했다.
남 지사 측은 광교신청사는 주민들과의 약속이란 점을 강조하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남 지사 측 관계자는 “광교신청사는 예정대로 착공한다는 것이 남지사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내년 대선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6월에 착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교신청사 이전 가능성은? … 경기도 “1%도 안돼” = 경기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설계비 130억 원이 반영돼 설계가 진행 중이고, 내년 6월이면 공사가 시작돼 2020년 완공 예정이다.
도청사 광교신도시 이전에 필요한 예산도 900억 원 가량 확보해 놓은 상태다.
도 관계자는 “수많은 협의와 갈등 조정을 통해 광교신청사 이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용인시에서 갑작스럽게 제안해 당혹스럽다”면서 “현 시점에서 광교 이외의 다른 지역 이전 가능성은 1%도 안된다”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미 오랜 갈등을 협의를 통해 해결해서 공식적으로 광교로의이전을 결정한 사안”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경찰대 옛 부지에 도청사를 유치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교신도시 주민들도 용인시를 거세게 비난했다.
광교입주자대표협의회 관계자는 “내년 착공 예정인 도청사를 뜬금없이 유치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이고, 갈등만 유발하는 것”이라며 “대응할 가치도 없지만, 만일 용인시 때문에 도청사 이전사업이 조금이라도 차질이 빚어지면 광교신도시 주민 전체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찬성·김현우기자/ccs123@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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