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외교정책 공약을 토대로 그의 안보 및 통상정책을 전망해 보면 트럼프 정부에서는 동북아 질서에서 미국의 주도력이 약화되고 일본의 위상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내치 중시정책은 현재 아베 총리가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국의 군사력 사용을 제도적으로 공식화하고 소위 보통국가, 즉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한 노력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일면으로 작용할 개연성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의 핵무장이 완료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트럼프가 동북아 국가의 핵무장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도 있어 일본에게 핵무장이 용인된다면 동북아의 핵도미노 우려가 현실화될 개연성을 배재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우리의 대응책은 있는가. 손 놓고 보고 있을 상황만은 아닌 것 같다.
다음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에 따른 한미 FTA 재협상 문제도 치밀하고 분석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만일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당장 우리의 자동차와 철강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의 산업정책의 골간은 자동차나 철강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부활이다. 이러한 공약이 미국의 산업정책으로 이행된다면 한국의 경제·산업·통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도 우리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호기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없지는 않다. 미국이 전통 제조업 부흥과 보호무역 정책에 집중하는 사이 우리는 이를 우리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의 대한반도 안보정책과 통상정책은 우리의 대응여하에 따라 위기와 기회인 양날의 칼이다. 특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핵문제를 위시한 국가안보다. 북한은 최근 동남아와 유럽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탐색하기 위해 미국과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 만일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미대화를 견인해야 한다. 북한의 통미봉남은 대남 적화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가 전제되지 않는 번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번영 없는 국가는 존립할 수 있으나 안보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안보야 말로 양보할 수 없는 국가존립의 제1의 가치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영옥 교수 (국가보훈안보연구원장, 국가보훈학회장,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