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으로 살처분이 완료된 마릿수가 3주 만에 400만 마리를 넘어서는 등 무서운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서 연일 방역 전쟁 중인 경기도내 지방정부들이 전문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지방정부의 수의공무원들은 모자란 인력 때문에 퇴근을 못하며 하루종일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실정으로, 피로누적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AI를 잡아야 하는 현장에 사람이 없는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현재 AI 확진 판정을 받은 도내 지방정부는 포천, 이천, 양주, 화성, 평택, 안성 등 6곳으로 소속 수의공무원 수는 모두 합쳐 12명에 불과하다. 지방정부별로 2명 가량의 수의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는 셈이지만 안성, 이천 등은 1명의 수의공무원이 방역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 상황이다.

6개 지방정부의 경우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1∼2명의 수의공무원들이 감당하기에는 업무량이 폭주, 이들은 24시간 근무를 하거나 최소 16시간 업무를 보고 있다.

12곳 농가에서 72만1천 마리가 살처분 됐거나 진행 중인 이천시에는 1명의 수의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해당 공무원은 2주 가까이 오전 7시에 출근, 오후 11시에 퇴근하고 있으며 정신, 체력적인 어려움을 호소중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옆에서 보기에도 너무 힘들어 보인다. 인력 보강이 절실하다. ‘비상사태 전에 하던 업무까지 겹쳐 심신이 지쳤다’는 수의공무원의 말을 들었다”며 “가금류가 아닌 사람이 살처분될 판”이라고 말했다.

3곳 농가에서 8만5천 마리가 살처분 됐거나 진행 중인 안성시도 1명의 수의공무원이 고군분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천시에 비해 살처분 마리 수가 적기는 하지만 지난달 18일부터 사실상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7곳 농가에서 72만8천 마리가 살처분 됐거나 진행 중인 포천시는 2명의 수의공무원이 퇴근을 포기한 채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 포천시 A 수의공무원은 “지난달 22일부터 집에 가지 못했다. 체력적으로 바닥인 상태다. 확산을 막으려면 많은 인원을 투입해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2곳 농가에서 3만3천 마리가 살처분 됐거나 진행 중인 평택시의 2명 수의공무원들은 인력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송재경 평택시 수의공무원은 “‘언제 퇴근하냐’는 질문에 웃음만 나온다. 다들 가축방역팀에 안오려고 하는 점을 감안, 2년 단위로 순환 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훈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 팀장은 “채용공고 등을 올리며 추가 수의공무원을 뽑아야 하지만 병원과 달리 열악한 여건 때문에 채용이 쉽지가 않다”고 밝혔다.

허지성기자/sorry@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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