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금자리론·적격대출·주택연금 등 주택 관련 정책금융상품을 운용하는 주택금융공사가 지난해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버블'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적정성 지수를 통한 주택가격거품 검증' 보고서를 8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
정부의 11·3 부동산 시장 대책 발표 후 아파트 청약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입지여건이 좋은 인기지역에는 청약자가 대거 몰리는 반면 비인기지역 무더기 미달 사태가 빚어지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지역 ‘쏠림현상’ 심화

8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6일 1순위 청약을 받은 화성 동탄2신도시 A99블록과 A100블록의 아이파크 아파트는 일반분양 976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84㎡를 제외한 541가구가 미달됐다.

이 아파트는 중대형 물량이 많기도 하지만 동탄2신도시에서도 남쪽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입지여건이 떨어지면서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외면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탄2신도시 A99·100블록은 당초 2015년 말 신안이 분양을 진행했으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청약 미달 사태가 빚어져 한차례 분양승인을 취소했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화성 동탄2신도시가 11·3대책에서 정한 청약조정 대상에 포함돼 청약 1순위 대상자가 1주택 이하의 세대주로 좁혀지고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투자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약조정지역에선 과거 5년 내 당첨 사실이 있을 경우1순위 청약이 금지되고 한 번 당첨이 되면 5년간 다른 아파트 청약도 할 수 없게 돼 통장 사용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입지여건이 다소 불리하거나 가격 경졍력이 떨어지는 단지는 앞으로 청약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지난 4일 대림산업이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분양한 ‘e편한 세상 염창’은 229가구 일반분양에 2천166명이 1순위에 신청, 평균 9.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곳도 청약조정 대상지역이지만 입지여건이 좋고 발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대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지하철 9호선 염창역 역세권이면서 목동의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등 양호한 입지여건이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잔금대출 규제 시행 전 마지막 분양단지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청약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곳은 대책 발표 전보다는 못해도 대상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5일 부영이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서 분양한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는 1천97가구 일반분양에 1순위에서만 2만5천792명이 신청해 평균 2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미분양 물량 추가 공급 ‘내집마련 청약’ 인기

청약통장 사용과 관계 없는 잔여 물량 추가 공급분에 대한 ‘내집마련신청’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내집마련신청은 건설사들이 모델하우스에서 분양 신청을 받아둔 후 1, 2순위 청약 당첨자와 예비당첨자에게 분양 계약을 끝내고 남은 미분양 물량을 추첨을 통해 공급하는 것으로 일명 ‘무순위’ 청약으로 불린다.

정식 청약과 관계없이 청약통장이 없거나 1순위청약 자격이 없는 사람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청약조정지역에서는 내집마련신청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 1순위나 재당첨규제 등 어떤 제약도 받지 않아 투자 목적의 신청자들이 몰리고 있다.

11·3대책 이후 청약자격이 까다로워지면서 부적격 당첨자가 크게 늘어 무순위 청약 물량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 리오센트 아파트는 당첨자 146명 중 22%(32명)가 부적격자로 나타났다.

대림산업이 지난달 분양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역’ 아파트는 1순위에서 평균 6대 1로 마감됐으나 이와는 별개로 내집마련신청만 5천건이 접수됐다.

지난 5~6일 대거 미달 사태를 빚은 화성 동탄2신도시 아이파크도 지난달 말 모델하우스 공개후 현재까지 받은 내집마련신청서가 5천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집마련신청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데다 당첨 후계약을 포기해도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며 “11·3대책 이후 서울과 신도시 등 인기지역의 1순위 자격이 대폭 강화되면서 내집마련신청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내집마련신청을 통해 계약하는 경우 사실상 미분양 아파트를 사는 것이어서 재당첨 제한에 걸리지 않아 투자목적으로 내집마련신청서를 쓰는 사람이 몰리는 것이 사실”이라며“당분간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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