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 악재들 넘치는데 공직사회 안일안 태도 눈살

국정공백 장기화 - 기초가 무너진다(中)

스트롱맨이 이끄는 국가의 전성시대다. 트럼프 美대통령 당선인은 中알리바바, 日도요타·소프트뱅크, 佛 루이뷔통으로부터 수 조원~수 십조원의 투자약속을 받았다. 중국은 핵 폭격기 등을 제주 남방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게해, 한·미·일 3국 협력 체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보이는 우리를 겨누고 있다.

스트롱맨이 이끄는 동·서방 국가는 미래를 향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세월호 7시간에 정부를 포함한 전 국민이 갇혀있다. 정치권은 이를 정쟁으로 이용하려하고 국민들은 휩쓸리고 있다.

현 정권의 귀중한 이 시간은 정녕 이대로 끝나고 마는 것인가. 혼란의 시기를 틈타 상당히 많은 영혼없는 공직자들의 기강은 느슨해지고 있지만 국민들은 속수무책이다.

“점심시간도 아닌데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비우는 것을 보니 철밥 그릇이 확실하다”

안산시청 민원실에서 만난 이모(여·53·고잔동)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공무원증을 패용한 공무원들은 오전 11시 40분경 부터 점심 식사를 위해 3~6명까지 그룹을 지어 속속 청사를 빠져 나갔다.

11일 오전 11시 20분 경기도청. 모 부서 공직자들이 업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11시 30분이 되자 도청 민원실 앞은 점심식사를 가는 직원들로 가득찼다. 도청 구내 식당은 이미 11시 25분부터 줄이 늘어섰다.

군포시청 구내 식당은 11시42분이 되자 공무원들로 이미 꽉 들어찼다. 각 사무실은 1~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비어있었다. 12시도 되기전에 식사를 마친 공무원들은 사무실로 들어가 인터넷을 하거나 낮잠을 잤다.

수원시청에 온 중국집 배달원 최모씨는 “11시 20분 쯤부터 점심식사 주문이 시작되고 보통 40분쯤 시청으로 음식을 배달한다”고 말했다.

안양시 구내 식당도 배식을 기다리는 줄이 오전 11시 30분부터 이어져 있었고, 11시 40분께 시청에 들어온 민원인은 1시까지 기다려야했다.

한 민원인은 “시민들이 을(乙)이라 제대로 항의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날 안성시청 공무원만 12시 점심시간을 지켰다. 자체 공직기강감사기간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11시 40분에 점심을 먹기위해 청사를 나선다.

반면, 직장인들은 점심시간도 쪼개며 업무시간으로 사용했다.

용인지역 축산물유통업체 M사 직원들은 대부분 40~50분만에 점심식사를 끝낸다. 상품을 주문한 고객에게 다음날까지 배송하려면 오후 1시 이전에 상품을 발주하고 대금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M사 관계자는 “식사시간 전에도 주문이 들어오면 처리를 하고 12시30분이 돼야 밥을 먹으러 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식사 중간에도 주문이 들어오면 사무실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용인지역 반려견제품 유통업체 A사의 점심시간은 오후 12시30분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12시20분쯤 회사를 나서서 식사를 하고 들어온다”면서 “고객과 회의나 미팅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점심시간은 이 정도”라고 말했다.

영국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2%가 점심을 사무실에서 처리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직장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39%의 직장인이 점심을 자신의 책상에서 해결했고, 28%의 직장인은 아예 점심조차 거른다고 답했다. 또 다른 통계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의 5분의 1만이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전문가들은 느슨해진 공직기강은 최근 국정공백사태, 지방정부장(長)의 외도(外道)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등 때문에 일하는 공무원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과 함께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공직생활에 회의감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공직기강이 해이는 해당 자치단체장의 영향이 크다”면서 “도청 공무원들이 그렇다면 도지사 등, 교육청이라면 교육감 등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현민·허지성기자,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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