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무리 많은 부나 명예를 가지고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한 국가에서의 국가안보는 개인의 건강과 같은 개념으로 국가가 견지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다. 정부는 대통령의 탄핵정국으로 위기국면에 처해있지만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대외정책과 대북정책, 특히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한축과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제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해 오고 있다. 주지하듯이 국익이라는 현실 앞에서 냉정한 것이 국가 간의 관계이다. 지금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우리의 정치 불안을 틈타 기회주의적 외교공세를 펼치며 우리사회의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야권에서는 대권야욕에 사로잡혀 국익과 국가안보를 외면하며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우선시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처한 대내외적 현안들이나 중요한 정책들과 관련하여 야권이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위를 보면 마치 남의일인 것처럼 처신하는 그들이 과연 우리의 국가안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권능력이 있는 세력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예컨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북핵이라는 안보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인 사드배치를 정략적 차원에서 국가안보의 문제를 정치화하여 당론으로 정하거나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야당 국회의원들은 사드배치 문제에 대한 중국측의 입장을 듣겠다는 명분으로 우리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면서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정부 당국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중국정부 관료들의 외교적 결례언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들의 행위는 과연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더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 문재인씨는 최근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고 하면서 2005년에 9·19 공동성명으로 채택된 북한의 핵무기 파기 선언이 제대로 지켜졌더라면 보다 일찍 정상회담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에도 임기 첫해에 남북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며, 당선된다면 취임식 때 북한을 초청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도 있다. 특히 사드 배치와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성공단은 즉각 재개(再開)해야 하고, 사드 배치는 차기 정권의 과제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정권을 잡으면 북핵문제와 별개로 개성공단을 원상으로 돌리고 사드배치를 철회하겠다는 주장의 실천의지로 풀이된다. 그런 논리라면 실전배치가 임박한 북핵을 용납하고 우리는 북핵의 인질이 되어도 좋다는 말인가. 북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해진 개성공단철수나 사드배치 결정과 같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한다는 것이 쉬운 문제인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야당의 논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대북 압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왔지만 북한 핵문제는 보다 심각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주장의 이면에는 남북 화해정책과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에 근거한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 김정은의 핵개발 집착과 관련하여 최근 귀순한 태영호 공사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태공사는 김정은의 핵무장화는 외길이라며 자신이 이해하는 북한지도부의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북한의 지도부는 핵을 체제유지의 유일한 버팀목이요 대안으로 보는 인식이 읽힌다.

야권은 시대와 한반도 상황의 변화를 인식하고 자신들이 햇볕정책을 꼭 계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북한체제를 재규정하고 애국과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3대 세습체제인 북한 김정은 정권은 정상체제가 아니라 사유화된 정권이다. 우리의 야권은 우리가 많은 대가를 치루고 얻은 햇볕정책의 교훈을 거울삼아 이제는 감상적인 민족주의와 통일론에서 탈피하여 합리적인 관점에서 북한체제와 남북관계, 나아가 통일정책의 새 틀을 짜야한다. 주민들의 인권이나 복지에 눈감는 사유화된 북한정권에게 신의와 성실을 기대하기는 정말 어렵다. 작금에는 북한체제와 협상이 핵 인질로 극악한 독제체제의 수명을 연명하고자 하는 북한체제의 정당화에 악용당하는 것은 아닌지 깊은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영옥 교수 (국가보훈안보연구원장, 국가보훈학회장,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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