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시턴의 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어니스트 톰프슨 시턴│푸른숲주니어│240페이지



2017년은 닭의 해다. 하지만 닭의 처지는 끔찍하다 못해 처참하다. 지난해 늦가을에 발생한 AI에 감염됐거나 예방적 조치로 살처분된 가금류가 3천만 마리가 훌쩍 넘었다. 또 매일 평균 60만 마리가 몰살돼 사상 최단 기간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가히 ‘닭의 홀로코스트’가 자행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 하다.

많은 이들이 이런 사태를 불러온 주범으로 ‘공장식 대량 축산 방식’을 들었다. 1930년대에 달걀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도입된 이 방식은 가로세로 50cm의 닭장을 층층이 쌓아 닥닭 한 마리가 A4 용지 한장도 채 되지 않는 공간을 차지한 채 달걀을 생산하게 한 것이다.

심지어 달걀을 많이 낳게 하려고 밤에도 전등을 켜둬 닭들은 잠도 자지 못한 채 알만 낳아야 하는 신세였으니 면역력이 떨어져 조류 인플루엔자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러한 사육 방식의 근원이 다른 종의 생명에 대해 도덕적으로 무감각한 ‘인간 우월주의’라고 본다. 마치 인간이 동물에 대한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기라도 한 듯한 오만으로 인해 그 많은 생명을 몰살하도고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니스트 시턴의 아름답고 슬픈 야생 동물 이야기’는 야생 세계에 관한 가장 매혹적인 이야기꾼이자 화가인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최초로 쓴 작품이자 가장 훌륭한 작품이다. 커럼포를 지배한 늑대왕 로보의 가슴아픈 사랑, 당차고도 용감한 솜꼬리토끼 래기러그, 그 누구도 사로잡을 수 없었던 검정 야생마 페이서 등 자연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간 애생동물들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들은 시턴의 눈에서 치밀하면서도 다감하게 펼쳐졌다. 이 책에 실린 7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세심한 관찰을 토대로 단순한 동물 이야기를 넘어서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성을 지니고 있어 출간 된 지 백 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또한 그는 인디언을 그들이 자연을 온전히 존중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살아간다고 여겨 가장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런 그의 생각은 작품 속에 녹아 이야기 속 동물들에게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 책은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이 우리 인간에게 간절히 외치고 싶은 호소를 담은 항변일지도 모른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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