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카트리네 마르살│(주)부키│328페이지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욕구 때문이다” 오늘날 주류경제학의 시작점이 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등장하는 유명한 구절이다. 당시 애덤스미스는 빵집 주인이 빵을 굽고, 양조장 주인이 술을 빚는 것은 사람들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윤을 취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있는 것처럼 세상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누락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여성이다. 오랫동안 여성의 노동은 비가시적이고 늘 존재하는 인프라로 간주돼 왔다. 애덤 스미스의 경제 이론에 따르면 여성의 노동은 경제 수치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이성, 독립성, 이기심 등 정치경제학의 아버지 애덤스미스가 국부론에서 개인의 이익 추구 본능에 대해 언급했을 때 이기심이 아니라 사랑으로 그를 돌봐준 어머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하루 종일 가사노동을 하지만 비생산적이고 비경제적인 존재로 취급됐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과연 국부론은 탄생할 수 있었을까? 국부론에 등장하는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이 이기심을 발휘해 돈을 벌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아이를 키우고 식사를 준비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운 그들의 아내 혹은 누이 덕분이었다.

애덤 스미스가 구상한 세상은 남성만이, 그리고 그가 하는 일만이 의미를 갖는 경제였다. 애덤 스미스가 어머니를 망각하면서 그동안 전통적으로 여성이 맡았던 가사노동은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면서 여성들의 경제적 역할은 과소평가됐고, 이들이 사회에서 겪는 성평등과 차별적 경제 구조가 영속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학이 점점 중요해짐에 따라 이 근본적인 실수는 너무도 널리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 책의 저자 카트리네 마르살은 애덤 스미스의 초기 사상부터 현대 여성들이 직면하는 불평등한 사회 및 경제구조, 그리고 현대 금융 위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짚어보며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날카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애덤스미스가 자기 이익 추구 욕구로 돌아가는 사회를 생각하는 동안 자신을 돌봐준 어머니를 까맣게 잊었고, 그가 사회를 보는 관점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가사노동자로서의 여성, 직장에서의 여성, 사회 구조속에서의 여성 등 여성들이 겪는 성불평등과 경제적 불안정의 시초가 됐다고 여긴다. 때문에 저자는 주류 경제학이 안고있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페미니즘은 필수적이며, 이는 성불평등부터 인구 증가, 복지체계에 대한 문제부터 노령화 사회에 닥칠 인력 부족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저자는 이 변화에 맞춰 새로운 세상에 걸맞도록 사회, 경제, 정치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작업에 착수해야 하고, 이는 애덤 스미스의 어머니를 경제학에 포함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호영기자/alex175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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