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개발 논리에… 양평군, 유례없는 7중 규제 몸살

▲ 수도권 정비계획법으로 경기 동부인 양평동 양동역 일대(사진 위)가 비교적 낙후된 모습을 보이는데 비해 행정구역상 경계를 하고 있는 강원도 문막은 산업단지(사진 아래)가 들어서는 등 발전상을 보이고 있다. 조태형기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문화·기반시설·인구 등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 격차 해소에 대한 문제는 대통령 선거때마다 핵심공약으로 등판하는 단골메뉴다.

 정부는 지난 1982년 수도권의 과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을 제정·공포했다. 수도권 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를 통해 지역간 불균형 성장을 완화하겠다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하지만 수정법 시행 35년이 지난 지금, 경기도는 역차별로 신음하고 있다. 군사접경지역인 경기 북부, 상수원보호구역과 그린벨트 등 중첩규제에 묶인 경기 동부는 수정법에 발목 잡혀 83년 이후로 시간이 멈춘 상태다.

 이에 중부일보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현 실태와 문제점, 앞으로의 대안 등에 대해 기획시리즈를 게재한다. 


 수정법으로 가장 심한 역차별을 받고 있는 곳은 양평군이다. 고도로 발전된 5개 산업단지가 몰려있는 원주시 문막읍과 고작 자그마한 산 하나를 두고 나뉘어져있을 뿐인데, 도시기반 시설의 수준은 30년 이상 차이가나기 때문이다. 양평군은 인구 감소세도 지속돼 현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늙은 도시가 되버렸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양평군의 시간만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겹친 규제만 7가지, 산 하나 두고 규제 천차만별=현재 양평군에 적용되고있는 규제는 ▶1972년 양평군 양서면이 개발제한구역 지정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1982년 사격장등 군사시설 들어서면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 ▶1983년 수도권정비획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 ▶1990년 환경정책기본법상 특별대책지역 지정 ▶1999년 한강수계법 도입으로 수변구역 지정 ▶2013년 수질오염 총량제 의무 도입 까지 총 7가지에 달한다. 농림지역으로 지정된 면적과 규제구역을 전부 합치면 양평군의 전체면적의 두배가 넘는 234%다.

 양평군 관계자는 "이런 규제가 환경적 측면이 아닌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속해서 생긴것이라는 점이 아이러니 하다"며 "전국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규제 모음집'"이라며 자조했다.

 양평군 양동면을 흐르는 석곡천과 계정천, 단석천은 한강 상류라며 개발을 제한당했다.

 그러나 3개천과 합류되는 섬강은 한강으로 들어가는 한강 제1지류임에도 불구하고 문막산업단지가 대단위로 들어서있다.

 완전히 같은 자연조건임에도 양평군이 '수도권'안에 있다는 명목하에 규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방구 하나 없는 도시로 퇴행한 양동면=역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양평군 가운데 가장 심각한 곳은 양동면이다.

 양동면에는 초, 중, 고등학교가 각각 한개씩 들어서 있다.

 초등학교는 학년당 20여명, 중학교는 총 40명, 고등학교는 200여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는 상태다. 수도권 규제가 도입된 당시 전체 초중고 총 학생수가 1천200여명에 달했는데 20년만에 고작 25%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학생들의 감소세가 이어지자 달랑 한개 있었던 문방구마저 몇 해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양동면의 퇴행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가운데 하나다. 뿐만 아니라 양동면의 시설은 30년 전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4년도 이후 양동면에 현대화 라는 단어가 들어간 사업은 전선 지중화 단 한 개뿐이라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양동면의 상태는 심각했다. 설치된 신호등 대부분은 노란 점멸등만 깜빡이고 있었으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대표 시장 양동시장은 해묵은 먼지만 날리고 있었다.

 같은 시각. 5일장이 열리는 원주시 문막읍 진입로에는 이동하는 차량때문에 극심한 정체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어 대조를 보였다.

 산하나를 끼고 있는 양평군과 문막읍. 완전히 다른 세상 속의 풍경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었다.

 

 ◇일은 양평에서, 생활은 원주에서...일자리찾아 강원도로=기업들 사이에서는 십수년 전부터 "양평은 공장이 들어가지 못하는곳이다"라는 평가가 많았고, 이같은 입소문은 양평군은 농촌도시로 전락시켰다.

 문제는 농촌도시특징중 하나인 촌락조차도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가 적어지다보니 문화시설이나 필수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자 그 여파로 사람들이 거주지를 인근시인 강원도 원주시로 옮기고 있다. 낮에는 양평에 있는 땅에서 농사를 짓고 밤에는 원주시로 넘어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농민 김모(55)씨는 "기본적인 시설은 물론 사람이 살려면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파트를 선호하기 마련이다"라며 "나도 얼마전 원주 문막에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곧 이사 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양평에 아파트가 안들어온지 몇십년은 된것으로 알고 있다. 터전을 떠나는것은 아쉽지만 어쩔수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엇나가는 경기도 정책, 분노하는 군민들=상황이 이런데도 경기도는 양평에 태양광 발전 플랜트를 짓겠다며 사업을 추진하다 주민들의 반대에 막힌 상태다.

 주민들은 "당장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공장이나 회사가 필요한거지, 자연경관을 망치고 전자파를 쏟아내는 발전소는 필요 없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문모(39)씨는 "경기도가 일자리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것으로 알고 있는데, 양평에만 이렇게 차별하는 것에 화가 난다"며 분노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양동면을 차라리 강원도 원주에 편입시키는 것이 양동면과 양평군 양쪽에 좋다는 논리까지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

 양동면이 원주로 편입되면 양평은 면적당 인구수가 늘어나는 수혜를 입으며 동시에 양동면은 규제에서 벗어나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양평군청은 사업체들 사이에서 '양평은 사업 불가'가라는 루머가 퍼지는 것을 막기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영성 양평군 기업유치팀장은 "어떻게든 양평군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수정법에 저촉도지 않는 수준의 기업을 계속 끌어들이고 있다"라며 "기업유치를 위해 군차원에서 부지까지 선정해주고 있다. 양평군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불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관련법 철폐를 계속해서 부르짖으면 언젠가는 양평군에도 길이 생길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황영민·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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