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묵언이다

그저 걷는다
닿을 수 없는 이데아 곁을 한 번씩 맴돌며
때로는 첼로 가락을 붙잡고
단조의 아 카펠라도 붙잡고
자욱하게 골안개 낀 들판을 붙잡기도 한다

그저 또 걷는다
행여 한 번 만날까 풀어진 신발끈을 꽉 조여 매며
트로트를 흥얼대고
통속한 가슴속에 슬픔을 낙하하고
짙은 가지색 제비꽃에 뻗정다리가 된 목도 돌리며
되돌아온다

이제 찻잔을 앞에 놓고 그저 묵언이다
시들병이 도지고 숨 쉬는 소리도 버거운 오늘 하루는



송소영
대전출생. 문학·선으로 등단. 시집 '사랑의 존재'.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 현재 수원영화인협회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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