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화옹지구를 지켜낼 것이다.

나는 내가 사는 화성의 너른 서해바다를 사랑한다. 갈매기 소리, 코끝에 싱그럽게 맺히는 바다안개, 도심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풍요로운 자연을 매일 만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친구들이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낄 때, 나는 항상 화성을 추천한다.

도심에서 한 시간만 달리면 바다가 있고, 수천 그루의 해송들이 산책길을 밝혀주는 곳, 수확철에는 향긋한 포도내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곳, 수도권에 이만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사실, 거저 얻어진 축복이 아니기에 더욱 값지다.

12년 전 만하더라도 매일 하늘을 가로지르는 미 공군 폭격기와 전투기로 화성은 전쟁터와 같았다. 1952년부터 2005년까지, 꼬박 53년 동안이었다. 화성 앞바다를 끼고 매향리 일대 165만여㎡(50만평)를 차지한 미 공군 폭격훈련장은 인근의 매향, 석천, 이화 8개 리에 걸쳐 고통을 줬다.

옆 사람과 대화하는 것조차 목소리를 높여야 했고, 아이들은 툭하면 경기를 일으켰다. 소들은 새끼를 배면 유산하는 일이 잦아 큰 근심거리였다. 거기에 전투기 오폭사고까지, 마을을 떠나야만 했던 이들도 많았다.

지난 16일, 국방부는 수원 전투비행장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했다. 날벼락이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이, 딱 이 심정일 것이다. 어렵게 되찾은 평화였고, 행복이었다. 그것을 또다시 빼앗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어쩌면 이토록 이기적일 수 있단 말인가. 화성시의 상처와 아픔은 무시하고 지역발전이라는 감언이설로 속이려 드는 수원시에 묻겠다. 그토록 전투비행장이 지역 발전을 이뤄낸다면, 왜 화성으로 옮기려 하는가!

가까이 서산 비행장만 보더라도 전투비행장이 지역을 얼마나 도태시킬 수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전투비행장으로 고통 받아온 수원시민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자신들조차 싫어 내보내려는 것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새빨간 거짓말로 속이려 들면 안 된다.

전투비행장 이전을 이렇게 강압적이고 막무가내로 떠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화성시가 몇 번이고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협의 완료라 치부하고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하는 국방부의 행태, 그 어디에서도 국가기관으로서의 기본 윤리와 법적 타당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제라도 국방부는 지자체의 협의 없이는 예비이전후보지를 선정할 수 없다는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4조(예비이전후보지의 선정)를 지켜야 한다.

세계는 지금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첨단 기업들 모두 굴뚝 없는 녹색 성장을 향해 달리고 있다.

화옹지구 역시 4차 산업의 인큐베이터이자 수도권 시민들의 허파로 자리 잡을 것이다. 마치 뉴욕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센트럴파크처럼 감히 그 가치를 논할 수 없는, 모두에게 휴식이자 창조의 공간인 셈이다. 화옹지구의 미래가치는 너무나 커서 헤아려보기도 어렵다.

아버지들이 우리를 위해 인고의 노력으로 지켜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땅을 지켜낼 것이다. 이곳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자, 화성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곳이기 때문이다.

김지규 군공항이전반대 서신면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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