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끼’가 있는 운동선수, 트레이너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정통파 머슬마니아 선수로 기억되면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습니다.”

이은경(32) 선수가 머슬마니아 대회에 참가한 것은 2년 전인 2015년 대회가 첫 대회였다.

짧은 경력이지만 그녀가 지금처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 노력에는 현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정면 돌파하고 싶은 의지도 컸다.

그녀는 학창시절 볼링선수로 활동했고 성인이 돼서는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체육선생님 임용을 준비하는 학생이었다.

앉아서 공부를 하면서 급격하게 살이 찌기 시작했고 170㎝의 키에 80㎏까지 몸이 불었다.

여러 다이어트를 시도해봤지만 무용지물. 결국 택한 건 운동이었다.

웨이트를 하다보니 운동의 매력에 빠졌다. 건강도 되찾았고 3달 반만에 35㎏를 줄여 45㎏의 몸짱이됐다.

그렇게 몸매를 유지하던 중 몸짱 대회인 머슬마니아에 출전해보라는 친구들의 권유에 지난 2015년 대회에 출전했다.

별생각 없이 출전한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면서 그녀는 선수로서 트레이너로서의 꿈을 꾸게 됐다.

매일 트레이너로서 수강생들을 가르치며 시간을 쪼개 운동했다. 힘든 시간이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매순간 힘든 줄 몰랐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나간 국내 대회에서는 매번 2등만했다.

만년 2등만 하다 보니 의구심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도 “네가 1등해야 하는데 왜 매번 2등인줄 모르겠다”는 말뿐이었다.

그녀가 출전하는 머슬마니아 대회 등은 대부분이 이미 1등 선수가 정해져(?) 있었다.

연예인 같은 ‘끼’와 외모를 가진 선수들이 운동 실력과 운동량이 부족해도 매번 1등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이미 부조리한 상황은 많은 대회에 퍼져있었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며 그녀에게 “네가 1등이니 마음 편히 가지고 스트레스 받지말아라”고 조언해줬다.

이은경 선수는 부조리함이 계속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자신뿐 아니라 운동하는 모든 이들의 노력이 퇴색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 외국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공정하게 치러진 외국 머슬마니아 대회에서는 국내에서 1등한 선수들보다 항상 높은 랭크에 진입했다.

그녀는 머슬마니아 대회가 미인대회로 변질되면서 운동에 대한 진정한 의미까지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은경 선수는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선수들이 대접받고 운동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며 “운동은 미숙한 선수들이 외모로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전문적이지 않은 지식으로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등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땀 흘려 운동하는 선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꿔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재홍기자/jujae84@joongboo.com

사진=이은경 선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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