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벌어지는 대학가 추태가 올해도 예외 없이 발생하고 있다. 모 대학 졸업식장에 저질스런 졸업 축하 현수막이 게시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축 졸업이란 글자 사이에 여성비하와 성희롱적인 문구를 집어넣어 보는 사람들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총학생회 측은 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색다르고 재미있는 현수막을 제작하려고 했는데 다소 과했다는 변명이었다. 이런 문구를 색다르고 재미있게 느낀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문제가 될 것이란 예상을 못한 채 게시했다는 것도 답답한 일이다. 졸업식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수치심을 생각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비단 이 대학만의 사례가 아니라 한 종합대학의 신입생 대면식에서도 성희롱적 게임과 음주 추태가 SNS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신입생들에게 큰소리로 인사를 시키고 선배들은 야유와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여자 신입생들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고 게임에 지면 성추행도 서슴지 않았다. 해당 대학은 논란에 대해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다가 나중에서야 진상조사에 나섰다. 경찰도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하니 철저한 조사를 통해 두 번 다시 대학 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

전국 각 대학에서 동아리나 학과 별 신입생 환영회, MT 등 많은 행사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폭력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상대에게 큰 고통과 상처가 되는 성희롱, 언어폭력, 사발주 강요 등을 대학의 놀이문화나 공동체 의식으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일이다. 매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대학가 저질 신입생 환영 풍속도나 선배들의 갑질 행각에 신입생들의 대학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일을 겪은 신입생들이 선배가 되어도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대학 측은 학내외 행사 시 최우선적으로 성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거의 소귀에 경 읽기 수준이다. 선배의 후배에 대한 막무가내 식 군기잡기는 명백한 폭력행위이며 인권침해란 점 인지해야 한다. 이를 바로 잡는 일에 앞장 서야 할 대학 측의 묵인도 문제다. 대학 내 각종 행사들을 수준 높은 문화행사로 기획하자며 수년 째 변화를 공론화하고 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문화의 자정에 앞장 설 사람은 바로 대학생 자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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