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경찰서 남일 경장, 사비 들여 차량식별 프로그램 개발

현직 경찰관이 폐쇄회로(CC)TV 속 차량 식별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화제다.

의정부경찰서 교통조사계 소속 남일 경장은 흐릿한 영상에 나오는 차의 차종과 연식을 척척 구분해 동료들 사이에서 차 박사로 통한다.

하지만, 차를 잘 모르거나 경력이 짧은 동료 경찰관들은 차종 식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다. 사고를 내고 도망간 차를 빨리 찾지 못해 피해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며 남 조사관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수사관들이 차종을 빨리 식별할 수 있도록 도울 좋은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경찰이 가진 데이터베이스가 떠올랐습니다.”

경찰청에는 국산차를 포함해 국내에서 운행 중인 모든 차량의 앞, 옆 뒷모습 등을 담은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남 경장은 사비를 털어 전문 프로그래머와 함께 데이터베이스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틀을 짰다.

원리는 간단하다. 프로그램 한쪽 창에 CCTV에 찍힌 차량 사진을 띄운다. 이 차 사진을 보고 수사관은 차의 크기나 색깔, 국산차 여부 등 우선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단서를 추려 프로그램 검색창에 입력한다.

프로그램은 경찰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당 조건에 맞는 차량을 연식별로 표시한다. 동시에 앞면 후면, 옆면 등을 비교할 수 있다. 수사관은 검색 결과로 나온 사진과 차량 사진을 비교하며 추가 단서를 추린다. 이러한 방식으로 후보군을 좁히며 차의 차종과 연식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사진만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차종과 연식이 분석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실시간으로 모양을 보며 비교, 판단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남 조사관은 말했다.

남 조사관의 이 아이디어는 지난해 말 정부의 과학치안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프로그램은 기본 틀은 갖춘 상태로,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 완성되면 경찰청 내부망에 올려 전국 경찰관이 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남 조사관은 “경찰 업무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다른 경찰관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희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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