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20일 경영권 승계 갈등 중에 드러난 비리 혐의로 법정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이와 별도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가 36년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령에 몸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은 재판이 시작된 이후 20분 가량 지난 시각에 서초동 법원 청사에 도착했다.
미리 준비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 그는 혐의 인정 여부 등을 확인하는 취재진 물음에 신음에 가까운 소리만 낸 채 아무 말 없이 법정으로 이동했다.
신 총괄회장에 앞서 도착한 신동빈 회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을 남겼고 신 전 부회장과 서씨는 서둘러 법원으로 들어갔다.
이날은 공소사실에 대한 신 총괄회장 등의 입장을 확인하는 모두(冒頭) 절차만 진행됐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508억 원의 허위 급여를 줬으며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롯데쇼핑에 헐값에 넘겨 774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471억 원의 피해를 각각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신 총괄회장은 공짜 급여에 따른 횡령과 함께 858억원의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를 받는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 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신 전 부회장은 391억 원의 공짜 급여를 받아간 혐의를, 신 이사장과 서 씨 등은조세포탈 및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공모 등의 혐의를 받는다.
신 총괄회장 등의 재판은 준비절차만 5차례에 걸쳐 열렸다.
기소 이후 꽤 시간이 흘렀고 수사 단계부터 롯데 측의 반발이 거셌던 터라 범죄성립 여부와 배임·횡령 액수 등을 놓고 검찰과 롯데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