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수안망전필위(天下雖安亡戰必危)즉 천하가 비록 편안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진다는 역사가 주는 값진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분단시대에 살고 있다. 남과북 대치하면서 준 전시체제의 휴전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1950년 6.25사변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끝나고 어언67년의 긴세월이 흘렀지만 북한 공산 집단은 핵무기 제조와 미사일을 개발하여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 전쟁중 휴전은 되었지만 끊임없는 북한의 도발을 상기함으로서 안보 결집을 다지고 있을 이즈음 육군의 한 공병 부대가 지뢰 제거 작업을 하면서 장병 부모의 동의서를 받고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작업에서 제외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규정상 지뢰작업에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작업의 위험성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한다.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 도발 사건을 계기로 장병부모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도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대 장병10여 명의 부모는 자식을 지뢰작업에 투입하는데 동의하지 않았고 해당 장병들은 모두 작업에서 빠졌다. 내 자식이 위험한 지뢰 제거작업에 빠지면 남의 자식을 그 자리에 투입되야 하는데 이것이 군대라는 조직의 기본에 부합하는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뢰작업 투입된 장병의 부모가 형평성 문제를 들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육군은 상급 부대 차원의 지침은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한편 정상적인 군사 작전 투입 여부를 묻는 건 적절치 않기 때문에 즉각 시정조치 했다고 밝혔다. 당연한 조치이며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대장이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입장을 배려했다고 하지만 이는 불필요한 행동일 뿐더러 나아가 군기강의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전 상태인 한반도에서 군은 언제라도 전투에 즉각 임할 태세를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평소 철저한 훈련과 대응을 해야 한다. 군의 기강은 이런 전비태세를 받쳐 줄 때 가장 기본적인 군인의 자세인 것이다. 모든 군 작전은 위험을 내포 할 수밖에 없지만 철저히 준비하고 교범을 준수하면 안전사고는 막을 수 있다. 만에 하나 준비 되지 않은 병사가 있어 작전을 위태롭게 할 소지가 있다면 부모의 의견을 물을게 아니라 부대장이 책임지고 병력을 운용해야 한다. 군과 장병 부모간 소통의 대화는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의견 반영은 부대장의 책임 회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조류인플루엔자(AI)가 극성을 부렸을 때 군 당국은 사병 부모들의 정서를 내세워 병력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본은 똑같은 상황에서 군 병력을 즉시 투입했다. 군 당국의 결정 기준은 부모 정서가 아니라 국민 재난의 심각성이다. 중국만 하더라도 크고 작던 재난이 발생할시 제일 먼저 군이 투입 된다. 군은 전시가 아니어도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투입되어야 한다.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이후에 병사들을 전방에 보낸 부모들의 성화 때문에 취한 조치였다고 둘러댔다. 전쟁이 발발해도 부모들의 허락을 받고 최전선에 투입할 것인가 전시때 일개 소대의 기본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부모의 자식들은 해당 작전에서 뺀다는 것은 군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책임질 일은 하지 않으려는 이런 사고를 가진 지휘관들이 어디 한 둘 일까 하는 의구심 마저 든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될 때마다 군 수뇌부는 걸핏하면 각종 무기 시스템을 동원 하겠다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에서 최후의 보루는 군인들이다. 이들의 가치관과 인성이 군인정신으로 뭉쳐지지 않는 한 제 아무리 훌륭한 첨단 무기로 안보를 포장하더라도 그것은 모래위에 세운 건물과 다를 바 없다. 국가 안보는 평시 임전태세라는 준비의 메시지를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한다. 필자는 월남 참전 용사다.

이명수 경기도문화원연합회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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