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들의 혁신적인 교육공약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OECD 보고서가 발표됐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학생 웰빙 보고서 2015’가 그것이다. 일단 높은 교육열을 반영하듯 학업을 통한 성취동기가 뚜렷했다. 즉 학생들의 학습시간이 길수록 학업성취도가 높고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시간, 학업성취도, 삶의 만족도가 비례한 결과로 나타난 것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의 경우 학습시간이 긴 학생이 오히려 학업성취도나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상당히 대조적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는 세계 각국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실시하는데 수학, 과학, 읽기, 협력적 문제해결력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인지적 능력을 평가한다. 또한 평가와 함께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학생의 웰빙을 국가 간 비교 분석하고 있다. 학습시간이 길수록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생각해볼 부분이 많다. 일단 표본 집단의 학력수준이 평균 이상일 가능성이 높아 결과의 신뢰도가 의문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반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 되고 싶고,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고 싶다는 속마음을 드러내 성취욕구가 대단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 또한 높았다. 이는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란 점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대상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다. 학업과 관련한 삶의 만족도가 높은데 비해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낮은 불일치성은 학생들의 정서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학부모들의 자녀와의 대화 빈도, 가족 활동 등도 OECD 평균에 못 미쳐 소통 부재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교육의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데 모두 공감하지만 대선후보들의 교육 공약이 현행 교육 체제 속에서 실현 가능한 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인성을 접목한 교과 수업모형을 개발하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교문화를 바꾸고 방과 후 활동으로 학부모들과 소통하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줄 세우기 식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학교 현장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힘을 실어주는 교육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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