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옛 이름은 양광도였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도시가 양주와 광주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광주시는 팔당을 곁에 뒀다는 이유로 옛 영광을 뒤로하고 모든 수도권규제가 적용되는 ‘규제의 도시’로 전락했다.

특히 국토부는 ‘수도권 정비’라는 미명 아래 1994년부터 광주시 전역을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했다. 더 이상 광주시가 성장할 수 없도록 거세를 단행한 것이다. 자연보전권역은 한강 수질과 자연환경을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을 말한다. 광주시로 사람이 많이 모이면 물과 자연이 오염되니 뭘 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광주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광주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지난 7년 동안 인구증가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개발압력이 높다. 이로 인해 수도권규제의 틈새로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단지가 산 중턱까지 빼곡히 올라섰고, 작은 소규모 공장과 물류센터 등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이러다보니 광주시에 입지한 공장은 100%가 개별입지이고, 공동주택 주변에는 학교나 어린이놀이터, 공원, 도로 같은 기본 인프라 조차 갖추지 못했다. 말 그대로 난개발이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은 알고 있었다. 국토부는 2006년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이하 3차 계획)을 고시하면서 자연보전권역에 소규모 아파트가 난립하고 개별입지 공장 등이 난개발 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3차 계획기간이 곧 끝나는 지금까지도 국토부는 모른 체하고 있다.

그래서 국토부가 무엇을 제대로 못 했는지 따져 봤다.

첫째, 국토부는 2006년 7월 25일 고시한 제3차 계획에서 수도권발전종합대책으로‘정비발전지구’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정작 국회에서 지방의원들이 반대하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둘째, 국토부는 자연보전권역의 난개발을 막는다며 연접개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런데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기는 결과가 발생했다. ‘정비’와‘관리’를 ‘규제’로 해결하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결국 국토부가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정비발전지구와 계획관리체제로의 전환은 완벽히 실패했다. 국토부는 지방이 반대해서 못 한다는 핑계만 10년째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셋째, 국토부는 팔당상수원 수질을 Ⅱ등급에서 Ⅰ등급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팔당 상수원 수질은 Ⅰ등급에서 Ⅱ등급 사이에 있다. 자연보전권역을 지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넷째, 국토부는 녹지확보에도 실패했다. 자연보전권역인 광주시가 3차 계획기간 중 확보해야할 녹지총량은 27만평(895,389㎡)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조성된 녹지는 5만3천평(174,316㎡)에 불과하고 미조성된 녹지가 21만8천평(721,073㎡)에 달한다. 이미 난개발로 훼손된 녹지를 다시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은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5년마다 주기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2006년 평가결과는 1쪽, 2016년 평가결과 역시 1쪽이다. 더구나 성과에 대한 언급은 한 두 줄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자연보전권역 주민들의 삶과 생활환경을 수십 년 동안 짓누르는 법정계획을 만들어 놓고 어찌 이리도 가벼이 대한단 말인가?

국토부에 고한다.

이제 권역설정 놀음은 그만하고 실효성도 없는 수질목표도 치워라. 1994년부터 20년이 넘었다. 그 정도면 자연보전권역 주민들은 충분히 희생했다. 수도권정비계획을 제대로 이행할 의지가 없으면 수도권 주민들의 희생도 더 이상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수도권 주민, 특히 자연보전권역 주민들은 20년 넘게 참아왔다. 이제 또다시 20년의 족쇄를 채울 제4차 수도권정비계획 수립이 시작됐다. 이미 비수도권 14개 시?도지사와 지역대표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지난 7일에 실무협의회를 열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중단을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국토부가 수도권정비계획에 접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지방과 수도권의 대립과 갈등은 계속될 뿐이며, 제4차 계획에서도 참으라 하면 자연보전권역 주민들은 40년이 넘는 세월을 참게 된다. 이들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왜 또 참아야 하는지 이제는 국토부가 답할 때다.

임종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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