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 수도권에서 자기 집을 마련하려면 6년 반 이상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6년도 주거실태 조사’에 따른 결과다. 한 마디로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 내 집 마련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수도권 외 광역시나 지방의 경우에는 이보다 조금 더 낫지만 애초에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 집을 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주택 마련에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내 집 마련에 걸리는 시간이 2016년부터 급격하게 상승한 점도 계속된 경제 불황을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금리인하로 전세 수익이 감소하면서 월세로 전환된 경우가 많아 주거비용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71.0%가 주거비용이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내 집 마련을 하기까지 주거비용 부담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전세금이 집값을 추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으며 2년마다 재계약 시 전세금 상승폭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저소득층의 경우 월세가 적은 곳을 찾아 이주하면서 주거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주택면적, 채광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가구가 지난해 103만 가구나 됐다. 게다가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적 현상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보태져 주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주택문제가 기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권장한 부동산 정책이 추진되면서부터다. 대출규제가 완화되면서 중산층 가구는 은행 대출을 받아 너도나도 내 집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금 부담이 급격하게 커졌고 대출 초기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제도까지 시행되면서 대출금 상환 압박감이 매우 커진 상태다. 대출금리가 오를 때마다 한계가구에 봉착한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가 큰 가운데 비혼 비율이 계속 상승하는 것도 주택난과 무관하지 않다. 혼인을 하려면 당장 거주할 집이 필요하고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면 전월세도 구하기 쉽지 않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신혼부부의 생애 첫 주택 마련에 정부 지원이 시급한 이유다. 대권후보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 갱신청구권 등 세입자를 보호하는 주택공약을 내놓아 다음 정부에서 실현 가능성이 크다. 주택정책은 여타 사회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국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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