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이 본격화하면서 상호비방과 네거티브가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동안 2-3차례 TV토론이 있었는데, 정녕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이 논의되기 보다는 후보자와 후보자 가족에 대한 날선 공격과 허접한 해명이 방송시간의 대부분을 메우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은 시청률이 35%에 근접할 정도로 대한민국을 살려낼 처방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정작 후보자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TV토론 이후 지지할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는 부동층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고 한다.



사생결단의 4류정치가 횡행

지금 우리나라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 외교, 국방, 사회적 분열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구석이 없다. 그런데도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리겠다는 정책논쟁이 중심에 있지 않고, 사생결단의 자세로 네거티브에 몰두하는 이 나라 정치를 목도하고 있다. 이걸 바꾸겠다는 공약도 정책도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정치교체를 모토로 대선에 뛰어들어다가 사퇴한 뒤 이 절체절명의 주제가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말없는 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정치교체를 희망하고 있다고 본다. 사생결단의 네거티브 정치를 민생중심의 정책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뜻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뜻과 달리 왜 선거때만 되면 이 나라 정치는 이 모양 이 꼴일까? 아니, 더 정확하게는 왜 우리나라 정치는 맨날 그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더 퇴행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대답하는 데 대한민국 개혁의 핵심이 숨어있다. 질문만 정확하면 답은 금방 찾을 수 있다. 도대체 사생결단의 4류정치가 이 나라에 횡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4류정치의 핵심은 “떡”

핵심은 “떡”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시장.군수든 떡이 너무 크다. 그러다보니 그걸 놓치기 싫어서 사생결단으로 달려들게 된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10,204개의 직위,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특권, 지자체장들이 가지는 공무원과 산하기관 인사권 등등이 선출직 정치인들이 갖는 떡이다. 선출직 정치인 본인보다 그 옆에 포진한 생계형 정치꾼들이 더 문제다. 결국 당선되고 나면 떡이든 떡고물이든 주워 먹을 사람은 당선인이 아니라 당선인 주변의 생계형 정치꾼들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이 이렇게 진단된다면, 답을 찾아봐야 한다. 우선 외국의 사례부터 찾아보자. 선출직 정치인에게 우리나라처럼 큰 떡을 주는 나라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너무 손쉽게 미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 유학파가 너무 많고 미국 밖에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들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혹시 잘 알면서도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모델을 주창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우리보다 100배 큰 미국 따라하면 안 돼

독자들이 잘 아시듯, 미국은 세계 경제의 22%를 차지하는 수퍼파워다. 명목 GDP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5배, 땅넓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100배에 달하는 나라다. 미국을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정치인에게 높은 연봉과 큰 차, 9명이나 되는 보좌관을 준다는 것이 맞지 않는 이유다.



우리는 미국 모델로 갈 게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유럽모델로 가야 한다. 보좌관이 10명 넘는 미국이 아니라 보좌관 평균 0.5명인 유럽으로 가야 된다. 선출직 정치인의 보수도 덴마크(450만원)나 스웨덴(370만원)처럼 화이트컬러 평균값 정도만 주면 된다. 그 정도 보수로 살려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작은 친환경 차를 몰고 다녀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정말 봉사하겠다는 사람만 정치권에 진입해야 하고, 정치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주민들이 삼고초려로 모셔와야 할 지경까지 가야된다.

행복국가 스웨덴의 역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은 누가 뭐래도 타게 에를란데 총리다. 무려 23년간 총리로 재임하면서 복지국가 스웨덴을 만드신 분이다. 이 분 사후에 KBS가 그 가족을 찾았다. 입으시던 양복 몇벌은 다 헤진 것이었고 단 두 켤레인 구두 역시 몇 번이나 굽을 간 다 낡은 구두였다. 부자나라에서 총리를 오래 했으니 당연히 떵떵거리고 잘 살 거라는 선입견을 깨뜨려버린 방송이었다. 그 분이 특별히 청렴해서 그랬을까? 아니다. 국회의원 월급 370만원의 나라에서, 검은 돈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정치한다면 낡은 양복과 두 켤레 구두 밖에는 가질 수 없는 시스템 덕분이라고 봐야 옳다.



유럽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것처럼, 한두 번 하고 나면 이제 국가에 봉사는 충분히 했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8선이 되도 떡을 찾아 더 하고 싶어하는 우리나라 정치는 교체되어야 마땅하다. 생계형 정치꾼이 아니라 봉사형 정치인이 그리운 장미대선 전야다.

박수영 아주대학교 초빙교수,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