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규제 때문에 경기도내 중소기업 80여곳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규제 때문에 폐업 위기에 놓인 기업은 한강, 팔당, 임진강 수변에 위치한 금속가공업체들로 폐업할 경우 최소 1천700여명의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연간 경제손실만 7천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내 금속가공 업체들이 공정에 쓰이는 기름을 안전한 종류로 바꾸는 과정에서 유해물질 배출업체로 분류, 본래 위치한 공장터에서 쫓겨날 처지다.

이 업체들이 본래 사용하던 기름은 물에 녹지 않는 지용성 기름(절삭유)으로 화재 위험이 높다.

업체들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위험한 지용성 기름 대신 안전성이 높은 수용성 기름을 사용하는 추세다.

그런데 수용성 기름은 물에 녹아들기 때문에 특정수질유해물질로 분류, 한강·임진강·팔당대책 고시 등에 따라 이를 사용하면 강변에 위치할 수 없는 입지제한에 걸린다.

공정에 사용되는 기름은 강으로 배출되지 않지만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입지 규제를 받게 된다.

업체들은 사용한 기름을 배출하지 않고 폐수보관시설에 보관했다가 전량 외부로 반출해 처리하고 있지만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공장터를 옮겨야 할 처지다.

경기도 관계자는 “최근 금속가공업체들이 쇠를 깎을 때 사용하는 기름을 안전한 수용성으로 바꾸는 추세다. 실제 화재사고도 발생했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업체들이 안전한 기름을 사용하려면 공장을 이전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기름을 그대로 써야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거 사진관이나 인쇄소도 현상액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수변 입지가 제한됐지만, 생활밀착형 시설로서 전량 위탁처리하는 조건으로 입지 허용 대상으로 규제가 개선된 바 있다”면서 “환경부가 우려하는 수질오염 사고에 대비해 저류조와 방지턱 설치나, 외부 유출 배관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를 전제로 규제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이번 규제에 대해 적극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남 지사는 “신규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불합리한 규제를 안풀어줘서 1천700개의 일자리가 죽으면 안된다”면서 “도지가사 모두 책임지더라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조윤성·서희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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