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사드는 적의 탄도 미사일을 지상 40-150km의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시스템이다. 중국은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 외교부·국방부 등 관련 부처들의 극력 반대 성명과 함께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단행하였다. 중국의 보복은 일단은 한류 문화 차단, 중국 내 한국 기업 규제 강화,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 관광 제한 등 사회문화 분야에 국한되어 있으나, 향후 경제·무역 및 군사·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얼핏 방어용 무기체계에 불과해 보이는 사드에 중국은 왜 이렇게 격한 반발을 보이는 것인가?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미중 간 핵 균형의 붕괴를 가져오는 서곡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는 자국을 겨냥한 미국 미사일 방어망 구축의 출발점이 될 것이며, 미국은 이를 통해 미중 전략적 핵 균형을 파괴하고 중국의 핵 보복 능력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것이 중국이 사드 배치를 그토록 반대하는 결정적 이유다.

중국은 1964년 핵보유국이 된 이래, ‘핵 공격력’이 아닌 ‘핵 억지력’ 확보에 중점을 두어왔다. 중국의 핵 안보 전략은 적의 핵 공격에는 핵으로 반드시 응징한다는 것으로서, 핵 보복의 공포를 적에게 심어줌으로써 적의 핵사용을 처음부터 억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적에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보복만 가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은 불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소수정예’의 핵전력 운영에 주력하면서 자국의 핵 역량을 제한적으로 유지해왔다. 중국의 핵전력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규모로서 중국은 현재 핵탄두 260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 75~1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본토를 유효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은 40~50기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자국의 핵전략을 기존의 ‘상호확증파괴(MAD)’에서 ‘핵 우위’로 전환해왔다. ‘상호확증파괴’가 상호 핵 보복이 가져오는 ‘공포의 균형’을 통해 핵전쟁 발발을 방지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전략이라면, ‘핵 우위’는 상대방의 핵전력을 사전에 파괴하여 보복능력을 제거함으로써 핵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매우 공격적인 전략이다. 미국의 핵 우위 전략은 미국의 핵 능력 고도화와 더불어 첨단군사기술이 발판이 되었다. 미국의 첨단군사기술은 ‘미사일 방어망(MD)’ 구축, ‘신속 장거리 타격능력(CPGS)’ 확보, ‘정찰탐지기능(C4ISR)’ 강화를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미국은 강화된 핵무기와 첨단군사기술이 융합할 경우 적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핵전쟁 수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미국은 1) 정찰탐지기능의 지원을 받아, 2) 신속 장거리 타격능력을 동원해 적의 핵과 미사일을 궤멸시키고, 3) 살아남은 소수의 적 미사일 공격은 미사일 방어망으로 막는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상기의 전략에 핵무기 선제 사용까지 더해질 경우, 적의 핵 보복 역량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증가한다.

중국은 그동안 ‘최소 억지’에 기초하여 핵전략을 운영해 왔으나, 미국의 핵 우위 전략이 실제화될 경우 중국 핵무기의 억지 효과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미국 핵 우위 전략의 본격적 가동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는 결국 자국을 겨냥한 미국 MD의 일부로서 중국의 핵 보복 능력을 견제 및 파괴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체계 중 탐지 레이더(AN/TPY-2 X-Band Radar)를 가장 경계하고 이의 운영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의 탐지 레이더가 2천km 이상 탐지가 가능한 전방전개 모드로 운영될 경우, 자국의 북부와 동부에 있는 미사일 기지가 미국의 정보망에 그대로 노출되어 무력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핵 우위 전략에 맞서기 위해서는 핵전력의 확대와 공격적인 핵 태세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핵전략의 수정은 대대적인 군사비 지출을 수반하기에 경제성장을 우선하는 중국의 현 국가운영 기조는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또한, 중국의 핵전력 확충은 미국의 상응하는 대응을 불러올 것이며, 중국은 끝을 알 수 없는 군비경쟁에 빠져들어 심각한 출혈을 감내해야만 한다. 모두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결국, 중국은 현재 시점에서는 일단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김동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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