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 원의 혈세가 투입된 4대강 사업은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정책감사를 지시할 정도로 우선 해결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오는 6월1일부터 녹조 발생이 심하고 수자원 이용 측면에서 영향이 적은 6개 보(洑)에 대해 상시 개방토록 했다.

개방되는 6개보는 낙동강의 고령보와 달성보, 창녕보, 함안보,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 등이다.

여주시를 지나는 남한강 3개 보는 포함 되지 않았지만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에서는 조만간 남한강 보에대한 문제점도 해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 남한강에는 낙동강처럼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수온이 어느정도 상승해 버리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또한, 보 주변으로 당시 5천7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관리 엉망의 수변공원과 자전거도로, 여주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준설토, 가뭄 현상 등 해결해야 될 문제점이 산적한 상태이다.



▶5천760억 원의 ‘생태하천 복원 및 수변생태벨트’ 조성‘ = 여주시를 관통하는 남한강을 중심으로 약 40㎞에 걸쳐 강 양 옆으로 조성된 ’생태하천 복원 및 수변생태벨트‘는 14개의 지구를 조성해 야구장과 축구장 등 일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14개의 지구는 자전거도로 등으로 이어져 있지만 이포보와 강천보, 여주보 인근을 제외한 이포보 체육공원 등 대부분의 시설은 주민의 발길이 끊기거나 시설로서의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포보 체육공원을 관리하기 위해 1천900여만 원의 예산을 여주시로 내려보냈으나 현실은 잡풀을 없애고 땅을 다지는 수준의 정비공사가 진행중이다.

해당 지구의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은 올 해 6억 원으로 여주시가 아닌 국토부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지구를 초성한 첫 해에는 23억 원이라는 큰 예산이 집행됐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거의 방치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예산만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장 관계자는 “그동안 이용객이 저조하다보니 풀이랑 잡목이 자라는 등 관리가 잘 안됐었다”며 “그래서 지금 정비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월부터 공사가 진행되기 전인 21일까지 이포보의 야구장 예약 건수는 22건, 같은 기간 축구장은 6건에 그치는 등 예약이 전무한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지구를 잇는 자전거도로도 곳곳에 금이 가고 풀이 우거지는 등 안전상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포보에서 약 500m 떨어진 자전거도로는 아예 길이 끊겨 있다.

양평방향으로 안내를 해 준 자전거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강변이 아닌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로 이어지다 결국에는 비포장 도로가 나온 뒤 흙더미 앞에서 도로가 끝난다.

여주시의회 이항진 의원은 “수변공원을 4대강 전체 사업에 비하면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죽어가는 생태계처럼 계속해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한다”며 “그 많은 시설을 청소하고 보수하고, 잔디를 유지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6억 원의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여주시의 골머리 ’준설토 처리‘ = 여주시에 위치한 3개의 보를 만들면서 강바닥을 퍼내 적치한 준설토는 3천500만㎥(15t 덤프트럭 233만대분) 이다.

당시 여주시는 19곳의 준설토 적치장을 임대해 준설토를 쌓아뒀으며 현재는 9곳의 준설토를 매각해 2천300만㎥의 준설토가 10곳의 적치장에 남아 있는 상태다.

여주시는 이 준설토를 팔아 1천억 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측했지만 2016년 12월 기준 준설토 판매수익금은 70억 원으로 기대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10곳의 준설토 적치장에 들어가는 예산만 매년 30억 원에 달하고 있다.

2010년부터 6년간 농지 적치장 임대료로만 300억원을 썼다.

28일 찾은 강천면 적금리 377번지 일원의 준설토 적치장은 마치 성곽을 쌓아 올린 듯이 실개천의 양옆으로 가득 쌓여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답답하게 느껴졌으며 준설토 적치가 시작되는 곳에 서서 바라보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대한 양임을 실감케 했다.

게다가 준설토의 유실을 막기 위해 쳐놓은 그물망은 원래의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훼손이 심각했다.

이로인해 비가 내리는 날이면 준설토의 유실이 심각하며, 이 곳을 지나는 야생동물들이 그물에 걸려 죽는 일도 다반사라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이날 만난 한 주민은 제발 준설토를 빠른 시일내에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준설토 바로 옆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민병천(87·여)씨는 “16년 동안 이곳에 살고 있다. 준설토를 쌓기 전에는 일반 농지여서 옆마을로의 왕래가 쉬웠는데 지금은 빙빙 돌아가고 있다”며 “거대한 준설토가 여러 개 쌓여 불편함이 많다. 하루 빨리 치워져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주시 관계자는 “적금리의 준설토는 민간 건설사와의 입찰이 이번달 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0년 10월까지 3년간 모든 준설토를 반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생각은 달랐다.

적금리 한 주민은 “7년동안 반도 팔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3년 안에 그 많은 양을 팔겠다니 믿을 수가 있겠느냐”며 “결국 준설토 적치장의 땅 주인만 배불려 주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이 막지 못한 가뭄 = 4대강 사업은 수질 개선, 가뭄· 홍수 예방 등을 기치로 내걸고 22조2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됐다.

하지만, 여주에서만큼은 가뭄 예방이라는 목적 달성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8대째 점동면 삼합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주경옥(63) 이장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청미천 물이 고갈돼 강의 바닥이 말라버렸다.

주 이장은 “4대강 사업으로 강천보가 생기고 나서 남한강 본류와 만나는 청미천 물이 다 고갈돼 농업용수로 쓸 수가 없다”며 “보호공 없이 보 공사를 강행해 모래가 다 떠내려가니 더이상 강이 물을 품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미천 삼합교를 받치고 있는 기둥 교각이 강 바닥에서 3m 높이인데 보가 생기기 전에는 이곳까지 모래가 가득차 있었다”며 “지금 모래는 커녕 물한방울도 안남아 있다. 매년 모내기 철만 되면 물을 갖다 대느라 진땀을 뺀다”고 말했다.

여주시는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의 중소기업에 요청해 쓰고 남은 공업용수 여유분을 농업용수로 공급하기로 합의를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볼 수가 없다.

여주환경운동연합은 “남한강의 과도한 준설로 인해 지류가 급격히 낮아져 청미천의 바닥이 드러나게 된 것”이라며 “지금은 청미천 한 곳이지만 여주 전역에서 남한강과 연결된 지류의 수량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철조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현우·채태병기자/kploc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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