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18일 영구 정지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하고 기술심사와 사전검토 등 1년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39년의 임무를 마감한다.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에 30년 설계 수명이 지났지만 수명이 10년 연장돼 계속 운전 중이었다. 하지만 사고 고장이 자주 발생해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거셌다. 사고 건수가 100여 건이 넘어 국내 원전 가운데 가장 많았고, 가동정지 일수가 늘어 안전과 경제성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한수원은 해외 원전들의 사례를 들어 수명을 한 차례 더 연장하려 했지만 정부가 가동정지를 결정함으로써 그 수명을 다하게 됐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경제성 면에서도 비효율적인 원전을 더 연장한다는 것은 분명 비합리적이다. 원전 가동이 영구 정지되었지만 앞으로 해체 과정도 첩첩산중이다. 국내에서 처음 하는 일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해체 기간 약 20년에, 해체 비용도 대략 1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지하공간을 만드는데도 2050년까지 53조원이 든다.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고준위폐기물은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40년 값싼 전기를 얻은 보상치고는 천문학적인 뒷마무리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만에 하나 해체 작업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후쿠시마나 체르노빌과 같은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어서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및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를 내놓아 탈원전 에너지 정책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큰 틀을 바꾸는 일로 말은 쉽지만 실천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벌써부터 전력수급 차질과 요금 인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관련 업계와 일부 지자체의 반대도 거세다.

하지만 탈원전은 이미 시대적 대세다. 원전은 값싸게 전력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해체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과 시간, 안전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독일, 벨기에, 스웨덴, 스위스 등 선진 국가들은 이미 탈원전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새로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수명 다한 원전의 수명을 늘려 사용기한을 늘리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하고 위험한 일이다. 대형 참사를 무수히 겪으며 국민들이 가장 염원하는 것은 안전한 나라에 살고 싶다는 것이다. 탈원전으로 지금보다 비싼 전기요금의 대가를 치르겠다는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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