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이 없었다면 산업혁명이 없었고 나무들은 연료로 벌목되어 민둥산만 남아 있을 것이다. 석유와 가스가 없었다면 나무와 석탄을 태우면서 나오는 먼지와 공해에 인류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다. 비록 지금은 그들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욕을 먹지만 석유, 가스 그리고 석탄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과 같은 번영을 누릴 수가 없다. 당장 상하수도, 전기, 통신, 교통, 의약품, 식량 등 모든 것들의 공급이 불가능해진다.

동해에서 생산되는 약간의 천연가스와 콘덴세이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석유, 가스의 안정적 공급이 바로 생존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석유, 가스의 공급이 중단되면 전력 공급 중단은 물론이고, 석유화학, 반도체, 수송 등 모든 산업의 가동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재앙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2030년 20%라는 신정부의 과감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논의는 뒤로하고, 설령 그 어떤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이 목표를 달성했다 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책은 에너지 중 하나인 전기의 생산 방법 전환에 대한 것이다.

우리의 정책입안자들이 에너지와 에너지원에 대한 명확한 개념 구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의 핵심을 에너지원이 아닌 에너지 즉, 전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에너지원과 에너지의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알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수준이다. 이로 인해 정책의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원으로 인해 생산된 에너지인 전기에 대한 정책을 우선하면서 정작 더 중요한 문제인 에너지원과 에너지 차원이 아닌 산업의 혈액으로서의 석유, 가스에 대한 논의는 들으려하지 않는 것이다.

신재생 비율이 낮은 지금은 신재생의 간헐성 문제가 사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신재생 비중이 20%에 이르게 된 2030년 6월의 긴 장마철 동안 태양력이나 태양광발전이 가동되지 못하게 되면 전력저장기술의 한계로 인해 전국의 천연가스 발전기들은 최대한 가동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기자동차가 아무리 보급되더라도 장거리 수송에서는 여전히 액체연료의 효율성을 따라 올 수 없고, 전기자동차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비싼 연료인 천연가스를 더 많이 태워야 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는 석유, 가스의 지배 아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견이지만 천연가스 매장량과 신재생 및 에너지저장기술의 발달을 고려하면 최소한 향후 50년, 아니 그 이상 천연가스의 시대가 유지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음 단계의 에너지로 생각하고 있는 수소가 충분하고 저렴하며 안전하게 공급되기 전까지는 천연가스가 중간단계 에너지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한편, 신재생의 비율이 높아지고 천연가스가 발전용 연료로 선호되더라도, 석유의 존재가치는 줄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나프타를 주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는 여전히 중요한 자원이다. 태양빛이나 바람으로 약이나 옷을 만들고, 비료를 만들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2030년이 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석유, 가스와 석탄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특별히 줄어드는 것은 발전용을 사용되는 석탄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대규모 석유와 가스전이 있고 이들이 노후화되어 가고 있다면 석탄발전을 계속 유지하자고 주장하고 싶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이 그렇듯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석유, 가스전에 역으로 주입하여 저장할 수 있다면 차라리 저렴한 석탄이 우리에게 더 유리한 선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그럴만한 석유, 가스전이 없다.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면, 신재생 정책을 추진하고 미세먼지를 논의하는 그 이상으로 어떻게 석유와 가스를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석유와 가스의 주된 생산지인 중동이 불안하다. IS와 시리아 사태는 사소한 것이 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가까웠던 천연가스 부국 카타르가 이란과 가까워지면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비전통자원이 완충작용을 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경제가 살아나면 얼마나 버틸지 모를 일이다. 찬찬히 잘 들여다 봐주기 바란다.

류권홍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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