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STORY] 비키니 피트니스 선수 김아라

 비키니피트니스 김아라(24) 선수는 지난달 중국 상해에서 열린 중국국제스포츠박람회 피트니스 스포츠쇼 -168cm 비키니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운동을 시작한 지 2년도 안돼서 이뤄낸 결과다.

스포츠쇼에는 전 세계 1천명 이상의 선수들이 출전했고 대한민국 대표로는 14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 중 김아라 선수는 대표팀 막내다.

“막내라서 언니들과 오빠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라며 웃어 보인 김아라 선수는 비키니피트니스의 매력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젊은 선수답게 최근 비키니피트니스가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일부 대회가 미인대회로 변질되는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답했다.

비키니피트니스 유망주 김아라 선수를 인천 예술회관역 지하에 위치한 니카짐에서 만났다.

 
-비키니피트니스를 시작한 계기가 있는가.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했어요. 레저 스포츠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운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비키니피트니스 선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인천시보디빌딩협회 사무장으로 근무하면서 피트니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2014년 보디빌딩 대회를 구경하면서 비키니피트니스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됐어요. 여러 멋진 몸을 가진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몸을 가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제가 당시에는 65㎏가 넘었거든요. 게다가 그때는 몸의 대부분이 지방인 상태여서 뚱뚱했었죠.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면서 몸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됐고, 회원들을 가르치는 트레이너까지 하게 됐죠. 트레이너가 되고 나니 더 커다란 목표가 생겼어요. 회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더 멋진 몸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쉴 틈 없이 운동을 하고 2015년에 프로필 촬영을 했어요. 프로필 촬영장에서 대회에 나가보라고 권유를 하더군요. 그래서 인천광역시장배 전국 피트니스 선수권 대회 여자 비키니피트니스 부문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생에 첫 대회 출전이었는데, 5위의 성적을 거뒀어요. 6위 안에 들면 입상이거든요.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트레이너 일을 하면서 선수 생활을 함께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제게 트레이너는 일이고 선수 생활은 취미입니다. 사실 선수 생활이 직접적으로 돈을 버는데 도움을 주지는 않거든요. 물론 트레이너의 경력이나 스펙을 쌓는 데는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선수로 도전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에요. 늘 인내하고 노력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어요. 트레이너 일을 할 때 외에는 항상 무거운 철을 들어야 하고 운동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친구도 못 만나요. 당연히 인간관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죠. 가장 괴로운 것은 식단 관리에요. 제가 식탐이 많은 편인데, 음식을 참지 못하면 선수를 할 수가 없어요. 특히 저는 운동을 혼자 시작하고 지금도 혼자 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 준비를 하는데 있어서 외로움을 많이 느낍니다. 체육관에서 남자 선수들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게 제한적이거든요. 비키니피트니스는 일반 보디빌딩과는 조금 달라요. 가만히 서서 포즈를 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징과 워킹도 굉장히 중요하죠. 포징은 포즈를 취하고 난 뒤 다른 연결 동작으로 넘어갈 때의 움직임을 말하는데, 선수마다 캐릭터가 다르듯이 포징도 전부 달라요. 저는 연결되는 동작과 손짓을 모두 거울을 보며 혼자서 공부했어요. 외로움이 선수 생활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최근 피트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트레이너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트레이너 중에도 체격이 건장한 트레이너와 마른 체형의 트레이너가 있어요. 여성 회원들은 아무래도 마른 체형의 트레이너를 선호하죠. 제가 선수 생활을 하는 비키니피트니스도 다른 분야와 비교해 몸의 곡선이 중요합니다. 지금 같은 몸매를 유지하려면 항상 운동을 해야 해요. 다시 말하면 제가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게 제 몸을 관리할 수 있는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이에요. 특히 운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제가 운동한 만큼 몸이 변화하죠. 트레이너를 꿈꾸는 사람은 절제와 인내, 참을성이 중요합니다.”

-트레이너로서의 철학이 있는지.

“대부분 체육관을 찾는 회원들의 목표는 다이어트에요. 물론 재활이나 몸을 키우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다이어트를 하는 회원들 상당수가 유산소 운동에 매달리죠. 하지만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과 식사를 하기 때문이죠. 저는 회원들로부터 믿음직스러운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기 위해서는 제 회원들에게 제대로 된 운동방법을 알려주고 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를 해야 해요. 처음부터 무리하게 운동을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식습관부터 바꿔나가야 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을 하면서 변화하는 몸의 모습에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에요.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운동이 일이 아니라 취미가 되죠.”

-최근 입상을 하면서 주목받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나.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요. 특히 대회를 계속해서 출전할수록 더 높은 곳을 향하지 아래를 보지는 않거든요. 운동을 시작한 지 1년만에 3등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1등까지 하다 보니 이제는 더 높은 곳으로 가기가 어려워요. 경쟁자들의 수준도 더 높아지거든요. 지난번 경기에서 1등을 했는데 이번에는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어떤 때는 부담감 때문에 대회에 나가지 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실제 선수들 중에는 부담감 때문에 대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대회에 참가하기 전 다른 피트니스 대회를 구경하면서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아요. 이번 중국 대회에서 1등 하기 전에도 지방에서 열린 대회를 구경하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죠.”

-올해 중국상해스포츠박람회 비키니피트니스 톨체급 1위를 달성했다. 한국 선수들이 단체로 출전했는데, 혼자서 준비했던 대회와 달랐을 것 같다.

“이번 대회는 정말 제게는 잊을 수 없는 대회에요. 처음으로 해외에서 출전한 대회기도 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라요. 가장 좋았던 점은 저는 늘 혼자 대회를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언니, 오빠들이 포징부터 메이크업, 워킹까지 모두 챙겨줬다는 점이에요. 제가 이번 출전 선수 중 가장 막내였거든요. 여러 가지 지도를 받으면서 부족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고, 심지어 친한 언니는 자신의 비키니를 저에게 빌려주기까지 했어요. 선수들에게 비키니는 군인들의 총과 같거든요. 제가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우리나라 선수들의 팀워크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운동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어요.”

 -비키니피트니스는 노출이 많아서 불편한 시각이 있는게 사실이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하셨어요. 정말 보수적인 분이시거든요. 아버지는 저를 정말 엄하게 키우셨어요. 대학을 다니면서부터는 학비와 생활비도 모두 제가 벌도록 하셨죠. 그런 아버지를 설득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대회에서는 전혀 부끄럽다거나 노출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모든 선수들이 함께 경쟁하기 때문에 누가 몸이 정말 멋지구나.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죠. 하지만 지금까지도 아버지는 제가 출전한 대회에 한 번도 오시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머니와 계속 소통했기 때문에 힘이 됐죠. 어머니는 제가 참가한 대회에 모두 오실 뿐 아니라 저를 많이 지지해 주셨어요. 그래도 최근 아버지가 친척들에게 저를 자랑하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언제 가는 아버지가 저에게 ‘아라야 수고했다’라는 말을 꼭 해주실 거라 생각해요.”

-비키니피트니스 대회에 대해 얘기해 보자. 최근 외모가 뛰어나야 입상할 수 있다는 등 피트니스 대회가 미인대회로 변질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솔직한 답변 바란다.

“분명히 잘못된 점이 있어요. 어느 대회가 문제라고 꼽기는 어렵지만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회마다 어느 선수 얼굴이 예쁘고 어느 선수는 가슴 성형을 했다고 얘기가 나오기도 해요. 비키니피트니스의 경우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어떤 대회의 경우 홍보하기 위해 유명 트레이너를 이미 입상 내정자로 결정해 놓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대회마다 수익을 내야하고 돈을 벌려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어야 하죠. 그러면 당연히 SNS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을 출전시키게 돼요. 그러나 얼굴이 못생기고 또 가슴이 작아도 몸의 비율이 완벽할 수 있는데 입상할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거죠. 그런 대회는 누가 보기에도 창피한 대회이며 피땀 흘린 선수들의 노력을 무시했다고 볼 수 있어요.”

-김아라 선수도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나.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직접적으로 차별을 느끼지는 않지만 가슴 성형을 할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상당수 선수들이 가슴 성형을 하다 보니 저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거든요.”

-제대로 된 대회가 되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저는 대한보디빌딩협회에서 주최한 대회는 엘리트 체육인들을 위한 진정한 대회라고 생각해요. 최근 여러 피트니스 대회가 생겼는데 어떤 대회의 경우 도핑테스트를 제대로 하지 않는 데다 참가비를 많이 받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상금은 조금 더 많지만요. 하지만 참가비가 부담돼 선수들이 참가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문제라고 생각해요. 특히 심사 기준이 명확해야 하죠. 외모보다는 몸매의 비율을 보고 심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선수들의 경우 비키니피트니스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방송 쪽으로 진출하려는 경우도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대회를 주최하는 주최 측의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보디빌딩협회처럼 대회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선수들이 피땀 흘려 운동한 가치에 대해 노력을 인정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야 하죠. 아무래도 선수 생활을 하신 분들이 대회를 준비하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피트니스 대회에서 인기를 끈 선수들이 트레이너로 생활하면서 돈을 많이 번다고 들었다.

“우수한 선수가 반드시 우수한 트레이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외모가 뛰어나야 좋은 트레이너가 되는 것도 아니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더라도 1등 트레이너가 될 수 있어요. 트레이너가 제대로 된 자격을 갖췄는지 가릴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출산하면 몸에 변화가 오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저는 결혼한 후에도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어요. 결혼도 빨리하고 싶고 아이도 빨리 낳고 싶어요. 저는 아이를 낳은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또 제가 딸을 낳아서 제 딸이 선수를 한다고 하면 시킬 생각이에요.”

-앞으로 목표는.

“제 목표는 대한보디빌딩협회 국가대표에요. 엘리트 체육 활성화를 위해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피아 비키니선수로 출전하고 싶어요. 앞으로 더 힘들고 경쟁이 치열해지겠지만 제가 부족한 점을 알기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조기정기자/ckj@joongboo.com 

사진=윤상순기자


▶김아라 선수는

1993년 11월 8일생. 168㎝

인천송도종합환경스포츠공단 헬스관리자 겸 니카짐 트레이너

2015년 전국피트니스선수권대회 비키니 +166cm 5위

2016년 NICA 비키니 +165cm 3위

2016년 전국크리스챤보디빌딩대회 비키니 -168cm 1위 및 여자 오버롤

2017년 중국상해스포츠박람회 비키니 톨체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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