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STORY] 개그맨 김시덕

TV와 영화, 무대 등에서 웃음을 통해 관객을 즐겁게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을 ‘코미디언’이라고 부른다.

코미디언들은 농담이나 말장난, 해학적인 풍자, 패러디, 재미있는 상황 연출, 바보같은 행동 등을 통해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몸짓만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코미디언이 있을 만큼 코미디는 지금도 많은 관심거리를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코미디는 과거 험난하고 가난했던 시절, 서민의 시름을 달래주며 큰 사랑을 받아왔다.

격동의 시대를 겪은 이들에게 지금도 이름 석자만으로 그때 그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코미디계의 대부들이 많다.

일제 강점기부터 1960년대 악극 무대, 라디오 등에서 만담, 노래, 연기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 1세대는 TV 개국과 함께 막이 오른 TV 코미디로 활동 무대를 옮겨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코미디를 선보였다.

시대의 아픔과 가난으로 응어리진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어릿광대들은 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해학과 풍자를 안겨주었다.

사람들은 잠시나마 시름을 덜고 웃을 수 있었고 한국 코미디는 성장해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이 후 1980년대 여성 희극인들의 등장과 함께 코미디는 안방극장의 꽃으로 자리잡았지만 1990년대부터는 정통 코미디가 퇴보하고 버라이어티 쇼와 같은 새로운 장르의 코미디가 주류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각종 예능프로에 코미디언 보다 배우, 가수 등이 나와 웃음을 주는 일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됐을 정도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코미디언들은 예능프로그램에 진출한 배우, 가수들 못지 않게 큰 인기를 끌었다. 코미디프로가 시청률 30%를 넘겼고 방송사마다 정통 코미디프로를 만들어 시청자와 호흡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 코미디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주춤하고 있다.

방송사가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코미디 프로를 폐지하거나 축소시키는 등 갈수록 코미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KBS 공채 개그맨으로 다양한 코미디 소재로 국민들에게 웃음을 안겼던 데뷔 17년차 코미디언 김시덕을 만나 전성기를 걷던 지난 과거와 지금의 코미디 현실을 들어봤다.

 ―지금도 “내 아를 낳아도”란 유행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갑자기 볼 수 없었다.

“몸이 많이 아팠다. TV에 출연하면서도 몸이 아팠지만 계속 참고 견뎠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아무말 하지 않고 계속 개그를 했다.그런데 점점 몸이 마비가 오고 말하는것도 자연스럽지 못해 결국 쉬게 됐다. 강직성척추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병을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재활에 전념했다. 운동을 많이 했고 다행히 이제 괜찮아졌다. 하지만 몸이 괜찮아진 후 돌아가려니까 자리가 없었다.그래서 그 뒤부터는 자연스럽게 방송을 안하게 된것이다.”

―시청자의 입장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미 인기 개그맨으로 인정받고 있었는데 받아주지 않는다는게 무슨 말인가.

“그건 시청자들 생각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김시덕씨 왜 안나오세요?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또 지금 작은 음식점을 하고 있는데 가게에서 일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같은 질문을 엄청 많이 듣는다. 냉정하게 따지면 제작진이 안써주니까 안나오는 거다. 더 이상 저를 안받아주시니까 제 입장에서도 내가 아무리 재미있는 개그를 가져가도 나를 안받아주겠구나를 알기 때문에 안 찾아가는 거다.”

―인기가 많던 코미디언들이 어느날부턴가 TV에 안나오는게 그런 이유인가. 그럼 그들은 무엇을 하나.

“대부분 같은 이유다. 때문에 TV가 아닌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거나 홈쇼핑 등으로 빠지는 분들도 있다. 그러다 보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온다. 나같은 경우는 그래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고 많이 얻은 상태라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렇지 못하는 분들은 지금도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기가 많던 코미디프로가 시청률이 떨어지는 등 코미디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어떤가.

“그동안 코미디프로가 위기도 있었고 다시 살아나기도 하고 그랬다. 잘나갔던 코미디프로도 장기간 시청률 침체를 겪고 있다. 원인 중 하나가 요즘 볼거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또 어떤 제작진이 코미디프로를 담당하는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그럼 침체된 원인중에 하나가 대중들이 아니라 제작진에 맞춘 개그 때문일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우리나라에는 코미디 전문 PD가 없다. 과거에도 없었고 아마 미래에도 없을것이라고 본다. 예능을 하다가 코미디프로를 맡는분들도 있고 드라마를 하다가 온 분들도 있다. 그 중에서 시청자들의 취향과 비슷한 개그 취향을 지닌 제작진이 오면 시청률 역시 잘 나오게 되는거다. 코미디를 잘 아는 제작진이 와도 시간이 지나면 직급이 올라가고 부서를 이동하고 그러다보니 계속해서 코미디 전문을 할 수도 없게 된다. 이런 여러가지 환경들이 침체기를 만드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방송국에서 코미디프로에 투자를 안 하는 것도 있다. 예를들면 한 코미디프로그램은 늦은 밤시간대에 방송 시간을 잡아놓고 시청률이 안나온다고 폐지한다.”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예능에서 사람들을 재밌게 할 수 있는 대표가 코미디언이다. 하지만 요즘 예능을 보면 출연자들이 보통 가수, 배우가 대부분인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나.그런것들이 개그맨들의 설 자리를 줄어들게 하지 않나.

“예능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개그맨 설자리가 줄어드는게 아니라 그건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탤런트도 그렇고 코미디언도 그렇고. 방송국 입장에서는 가수, 탤런트를 쓰고 싶어하지 개그맨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시청률 지상주의라 유행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거다. 개그맨은 제일 을(乙)일 수 밖에 없는거다. 셰프들 요리사들 유행이니까 TV에 요리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만약에 코미디 부흥기가 오면 다시 코미디언들이 나올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한다. 지금 코미디계가 침체기니까 코미디언을 안 쓰는 것이다.”

―코미디언들의 출연료가 가장 궁금하다. 물론 몸값이 다르겠지만 방송국 공채 코미디언들은 어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채 개그맨이 되면 방송국 직원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잘못알고 있는거다. 일반인들은 그렇게 알고 있는데 나같은 경우도 지금 개그맨된지 17년인데 17년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아니다. 그냥 그 방송에 있는 코미디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거지 직원은 아니다. 그래서 출연료로 생활해야 한다. 월급이 없다. 두 달정도 연수기간에 차비가 나오는 정도이지 월급은 없다. 방송녹화를 하면 출연료 절반은 나온다. 하지만 방송을 나가야 100% 받을 수 있다. 우리는 프리랜서, 비정규직, 일당제라고 보는게 맞다. 그러다 보니 제작진에 맞춘 코미디를 하게 된다. 그래야 방송에 나갈 수 있어서다. 만약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만한 코미디라 하더라도 제작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보여 줄 수가 없다. 이게 현실이다.”

―코미디계가 군기가 심하다고들 알고 있다. 무서울 정도라고들 하는데 진짜인가.

“과거에는 심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예전에는 진짜 군대 같았다. 수시로 집합을 하고 선배들에게 혼이 났다. 지금은 후배들과 같이 생활을 하지 않아 듣는 수준이지만 거의 없다고 들었다. 사라진 계기로는 제작진에서 싫어해서 없어진걸로 알고있다. 몇 년 지나고 부터는 자세한 내막은 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런 것 때문에 개그를 포기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당시 개그 포기한 친구들은 본인의 역량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포기한 친구들은 있었어도 선·후배 관계 때문에 포기한 사람들은 없었다.”

―코미디언을 웃기는 코미디언이 진짜 코미디언이라고 하던데 맞나.

“아니다. 인기가 많은 코미디언이 진정한 코미디언이다. 어쩔 수가 없다.”

―대중들에게 다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갖고 있나.

“일단 코미디언들은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한다. 티비에 나오지 않는 코미디언들이 계속해서 SNS를 통해 코미디를 하려고 한다. 웃기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서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이 담긴 코미디를 계속 올리고 그런 스타일의 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들의 관심을 얻는다. 그 만족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혹시 후배 양성 활동이라던가 생각이 있나.

“많이 관여하고 있지 않는다. 가끔가다 전화오면 그냥 봐주고 조언해주는 정도다. 사실상 공채 개그맨 후배들한테도 오지랖 떤다는 소리를 듣기싫어서 이거 해볼래? 하는 성격은 아니다. 먼저 전화와서 개그 짜 놓은게 있는데 봐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은 일부러 관여하려 하지 않고 있다.”

 ―코미디언으로 살고 있는 삶이 어떤가.

“솔직히 너무 행복하다. 행복이 깨질까봐 걱정될 정도다. 아픈데 없이 가족들이 잘 지내고 8살난 아들도 밝게 잘 크고 부인도 잘 지내고 있다. 냉장고가 가득차 있는 그 행복감이란 표현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내가 개천에서 용 난거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건 직업이 코미디언인데 코미디프로에 서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소극장공연을 하고는 있는데 적자 운영중이다. 사람들이 영화비, 카페비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코미디공연비는 아까워한다. 소극장들이 다 명맥유지를 하기 위해 적자운영인데도 운영하고 있다. 그걸 없애면 이름보고 찾아온 지망생들의 희망을 없애는 것이다. 우리가 할일이 그런걸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취재=송주현기자/ 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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