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절차와 이혼신고 절차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물론 두 가지 다 결코 경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 법과 제도상으로 보면, 그 절차상 혼인보다 이혼 시에 더욱 엄격한 것 같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에는 이혼보다도 혼인신고 절차에 더 철저한 규정을 두는 것이 합당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혼인의 중요성은 인생에 있어서 절대적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인신고 절차에 있어서는 정작 당사자의 의사 확인을 소홀히 하는 제도 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최근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계기가 된 것은 약 40년 전에 혼인 당사자 한 사람의 일방적 신고 전력 때문이었다. 한번 혼인신고가 수리되면, 그 원인이 당사자의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어서 무효화시키려고 할 때 혼인 무효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것을 바로 잡을 때까지 수년씩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혼인 무효소송 건수는 한 해에 800건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혼인신고 절차에서 위와 같은 분쟁의 씨앗이 발생할까.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부부가 될 당사자가 모두 관청에 나오지 않아도 혼인신고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배우자가 될 사람의 신분증과 도장만 있으면 배우자 한사람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 물론 부부 쌍방이 증인을 한명씩 적도록 되어 있지만 신고자가 인적사항만 적어 넣으면 된다. 안 전 법무장관 후보자의 혼인신고의 경우도 위와 같은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혼인 당사자 두 사람과 증인이 공무원 또는 판사 앞에서 출석해 혼인의사를 밝혀야 혼인신고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위와 같은 혼란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법률혼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혼인 신고를 해야만 부부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혼인 신고절차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이혼 절차를 살펴보면, 혼인신고 보다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혼 절차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부부가 상호 이혼하기로 합의한 경우는 협의이혼 절차를 밟으면 되고, 이혼에 관한 의사가 엇갈리는 경우는 재판상 이혼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는 재판절차를 통하여 이혼의 가부를 판사가 정하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처리하면 되므로, 여기서 혼인신고와 대비되는 협의이혼 절차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혼하기로 합의한 부부는 먼저 가정법원에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신청하고 이혼에 관한 안내를 받은 날로부터 일정한 이혼 숙려기간(양육해야 할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3개월, 그 외는 1개월)이 지난 후 지정된 날짜에 부부쌍방이 함께 법원에 출석해서 협의이혼 의사 등을 확인 받은 후 3개월 이내에 행정 관청에 이혼신고를 하여야 한다. 즉, 협의 이혼 절차에서는 당사자 쌍방의 이혼 의사를 철저히 확인하는 규정이 있다는 점에서, 혼인신고 시에 부부 중 한 사람이 신고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철저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사자 사이에 결혼에 대한 합의가 없이 혼인신고가 이루어진 경우, 민법 제815조는 그 결혼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가사소송법은 혼인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다. 피해자는 결혼 무효에 대한 책임이 있는 상대방에게 재산상, 정신상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다. 그러나, 무효확인 소송 절차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들고 그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즉, 현행 혼인신고 제도는 혼인 당사자 쌍방이 출석하지 않아도 신분증명서 등 관련 서류의 구비 여부만을 담당 공무원이 심사하여 수리하고 있을 뿐, 혼인 성립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수적 요건이 아니어서 일방 당사자에 의한 허위신고가 이루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고통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혼인 무효 소송으로 인하여 당사자의 비용, 국가재정과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기혼자가 되기도 하고, 재산을 노린 몰래 혼인신고로 악용되기도 하며, 혼인무효 확인 판결이 승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록이 당사자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필자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가정법원 판사 경력이 있고 명망 있는 한 회원이 혼인신고 시 당사자 쌍방의사의 실질적 확인 절차를 위한 법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여 논의한 적이 있었으나 그것을 완수하지 못하여 몹시 아쉽다. 요컨대, 가족관계등록 등에 대한 법률을 개정하여, 혼인신고 시에는 반드시 혼인당사자 쌍방이 법원 또는 담당 공무원에게 직접 혼인의사 표시를 하도록 했으면 한다. 아니면, 적어도 당사자 쌍방이 공증인 면전에서 한 혼인 의사 표시의 확인서를 첨부하여 혼인신고를 하도록 개선할 것을 기대한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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