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편 은퇴 후 모습 실감 안 나…아들이 아버지 성실함 닮았으면"

▲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삼성 이승엽이 아들 은혁, 인준 군과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이날 은혁 군은 시구를, 인준 군이 시타를 하고 뒤에서 이승엽이 공을 받았다. 연합
 "이제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이송정(35) 씨는 울컥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휴대전화를 들어 영상을 찍었다. 남편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두 아들 은혁 군(13세), 은준 군(7세)과 시구를 하는 장면을 담기 위해서였다.

 이송정 씨는 "남편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게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오늘 마지막올스타전에 나서는 걸 보니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후 은퇴를 예고했고,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현역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렀다.

 올스타전을 알리는 장면은 이승엽의 가족에게 매우 특별했다.

 큰아들 은혁 군이 시구하고, 둘째 은준 군이 시타를 했다. 이승엽은 아들의 공을 받았다.

 이송정 씨는 "남편이 마흔이 넘을 때까지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 정말 고맙다. 아들과 올스타전에서 함께 시구 행사를 해 더 기쁘다"며 "평생 간직하고 싶어서 영상을 찍었다. 울컥했고 눈물도 나오려고 했다"고 했다.

 이승엽과 이송정 씨는 2002년 1월 결혼했다.

▲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이승엽이 더그아웃에서 아들 은혁, 은준 군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
 이송정 씨는 16년째 '국민타자' 이승엽 곁을 지키고 있다. 그는 "대 스타의 아내로 사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남편은 자신에게 워낙 엄격해 자신을 힘들게 한 것 같다"며 "두 아들이 아버지의 성실함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살짝 미소를 보이며 "남편의 소심한 성격은 닮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할 때가 있다"는 게 진짜 속내다.

 은혁 군은 "아버지가 선수 생활을 더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아버지와 영화를 볼 때가 정말 좋다. 화를 내지 않는 100점짜리 아버지"라고 '아버지 이승엽'을 묘사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이송정 씨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남편이 아버지, 야구선수로는 100점인데…. 남편으로는 80점이다"라고 웃었다.

 성실하게 그라운드를 지킨 이승엽의 은퇴 뒤 모습은 아내도 아직 상상할 수 없다.

 이송정 씨는 "은퇴 뒤 계획은 나도 모른다. 비시즌에 한두 달 집에 있을 때도 답답해했는데, 남편이 은퇴 뒤 어떻게 지낼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송정 씨는 남편 이승엽이 은퇴 뒤에도 자신에게 엄격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런 모습 덕에 모든 야구팬이 이승엽을 응원하고, 모든 선수가 이승엽을 존경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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