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초

너도 꽃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
이순을 넘긴 이 땅에서
어찌 이제야 널 만났을까

초록으로 훌쩍 산이 커가고
냇물 목청소리 굵어지는 날

이름 모를 나무와 나무사이
다람쥐 식량창고 지나
갈잎 위에 꼿꼿이 선 하얀 줄기 끝
은백색으로 눈부시게 내게 온 너

수정꽃으로 피어나
꿈길인 듯 믿어지지 않더니
시간을 헤집고 온 빗방울에
금새 투명하게 녹아버릴 외사랑 였느냐

무얼 보았나
네가 언제 꽃이기나 했더냐
있는 듯 없는 듯 홀로 피었다 지니

너를 보니 이제야 알겠다
바람에 머물다 가도 사랑인것을

이 땅엔 아직도 만나야 할 것이 많기에?
꽃잠을 미루고 다시 길 위에 선다


민병주
 

충남 천안출생. 수원문학과 백제문학을 통해 등단. 현재 수원문학 이사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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