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미세먼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됐다. 환경단체가 주도한 이 소송에는 김용택 시인 등 91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중국정부에 오염원 관리 책임을 물었고, 한국 정부에는 미세먼지 대응책이 부재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스스로 밝혔듯이 미세먼지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었다.

과거 정부의 대응은 이미 한발 늦은데다 뒷북을 치는 모습이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국정운영 100대 과제로 선정해 의욕적인 문제해결을 다짐했지만, 국민들에게 더 참아달라 말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라고 하기 어렵다.

광명시는 정부의 대책과는 별개로 이미 지난 5월부터 지자체 차원의 광명시 맞춤형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미세먼지 지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미세먼지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미세먼지(PM10)를 현재의 52㎍/㎥에서 2020년까지 44㎍/㎥로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공무원, 시민, 전문가들이 모여 마련한 광명시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에는 △정확한 미세먼지 진단과 알림 △자동차와 사업장 미세먼지 집중관리 △에너지 절약사업 추진 △인근 도시와의 환경협력사업 강화 △어린이와 노약자 등의 건강 관리 대책 마련 등 5개 분야의 20개 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미세먼지의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노후경유차의 조기폐차를 위해 보조금 12억8천400만원을 지원하고, 전기자동차의 확대와 보급을 위해 4억1천4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전기차 충전시설도 36개소 설치할 예정이다. 비산먼지를 배출하는 공사장·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 단속도 강화하고 도로 청소를 위한 노면살수차도 증차했다. 경로당과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 230곳에 공기청정기 1대씩을 설치했고, 지난달부터는 가정·민간 어린이집 보육시설별로 공기청정기 280대에 대한 임차비(1대당 1만 1천원)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측망의 확충을 통한 정확한 정보의 수집과 그를 바탕으로 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환경단체는 한국정부에 미세먼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청구 배경에 한국정부는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경기북부 시민단체 등은 경기도 북부지역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남부지역이나 서울보다 더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경기도 북부지역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미세먼지 측정소의 부족을 꼽았다. 경기북부지역에는 대기오염 측정소가 모두 17곳, 시군별로는 1~3곳씩에 불과한데다 초미세먼지(PM2.5)는 측정조차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광명시는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기술력을 넘어서는 방법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KT와 손잡고 유동인구, 교통량 등을 면밀히 분석해 동 주민센터와 버스정류장 등 시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곳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공기질 관측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관측망을 이용하면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초미세먼지와 소음, 온도, 습도 등 공기질에 대한 정확한 상태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9월부터는 이렇게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기오염 발생 지역, 배출원 등을 분석하고,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활용할 예정이다.

20세기 후반 미세먼지 문제가 일본 도쿄의 가장 큰 화두였을 당시 이시하라 일본 도쿄도지사는 ‘경유차 NO’ 정책을 추진했다. 중앙정부도 해결하지 못했고, 자동차업계의 거센 반발도 있었지만,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2001년부터 10년 만에 도쿄의 미세먼지를 55%나 줄였다. 이러한 성과에는 도쿄와 인근 지자체의 공동대응도 한 몫을 했다.

광명시는 인구 34만의 기초자치단체에 불과하지만 과학적인 원인분석을 기초로 한 광명시만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이 단지 35만 광명시민을 위한 정책으로 끝나지 않고 도쿄의 사례처럼 새로운 미세먼지 극복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경기도 31개 시군이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35만 광명시민을 포함한 1300만 경기도민에게 푸른 하늘을 되찾아 줄 수 있다.

양기대 광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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