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부평공장에 대한 생산량 축소 움직임을 보이면서 ‘철수설’이 불거지고 있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중형 SUV 캡티바의 후속모델을 국내 생산이 아닌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에퀴녹스를 수입해 판매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점진적으로 철수를 감안한 조치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은 2015년에도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던 준대형 세단인 알페온을 대신해 미국산 임팔라를 수입해 판매한 바 있다.

알페온에 이어 캡티바까지 수입될 경우 3년 사이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2개 차종이 사라지게 된다.

그동안 한국제엠은 부평공장에서 알페온과 말리부, 캡티바, 트랙스, 바에보 등 5개 차종을 생산했지만 2개 차종이 생산을 멈추고 수입 차량으로 대체될 경우 3개 생산라인만 남게되는 셈이다.

때문에 노조는 “고용안정 측면에서 국내생산 유지는 중요한 문제”라며 “캡티바와 올란도의 후속 모델에 대한 국내생산 계획이 제시돼야 할 시점에서 수입차종 확대는 불가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자칫 한국지엠이 수출이 가능한 차량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판매가 부진하거나 수출 가능성이 없는 차량은 차츰 수입 차량으로 대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가 공장별 생산물량 확보와 신차종 개발, 생산설비 도입을 통한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한국지엠은 직접고용 노동자 1만6천명, 협력업체 노동자 30여만 명이 연결돼 있다.

한국산업은행도 ‘한국지엠(주)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를 통해 한국지엠의 국내시장 철수를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는 위기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산은은 지엠 본사와 한국지엠이 산은을 경영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은은 최근 경영실태 파악을 위한 주주감사에 착수했다가 한국지엠의 거부로 중단됐다.

산은은 한국지엠 자산처리 비토권이 상실되는 올해 10월 이후 지엠 측이 국내 철수를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숨기려는 의도가 깔려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은은 지난 2002년 한국지엠에 2천132억원을 투자해 지분 및 주총 특별결의 비토권을 확보했다.

지엠 본사는 산은의 비토권 때문에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비토권은 오는 10월 소멸된다.

따라서 10월 이후 산은도 지분매각 방안 등 출구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만약에 생길 수 있는 한국지엠의 급작스런 철수에 대비해 산은에 대한 비토권 연장 협상 등 구체적인 대응지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지엠 측은 철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지엠 해외사업부문 스테판 자코비 사장은 최근 “한국은 생산과 제품 개발 및 디자인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의 주요 거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엠은 과거 호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엠은 호주 ‘홀덴’ 브랜드에 대한 철수설이 불거질 때마다 ‘그런일은 없다’고 했으나 결국 철수했다.

한국 지엠이 시달리는 철수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내생산 확대 등 투자가 필요하다.

수입 판매하는 차종은 국내 시장 수요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 지엠이 목표로 했던 내수시장 점유율 두자리수 달성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아니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임팔라의 경우에서 나타났듯 수입 차종 판매 확대는 문제가 있다.

2015년 임팔라는 사전예약 대수 만 4천여대에 달하고 판매를 시작하면서도 출고가 계약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미출고된 차량만 8천여대에 달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럼에도 바로 판매가 급락했다.

물량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계약 후 출고까지 많게는 4개월 이상 걸렸다. 경쟁차종으로 마음이 바뀔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수입판매로는 국내시장 수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임팔라 사례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한국 지엠이 갭티바 후속 차종마저 수입 차종으로 채워넣는다면 이는 한국 지엠의 철수설을 더욱더 부채질 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지엠이 철수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줄어든 생산라인을 다시 복원하는 등 투자를 늘리는 조치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야만 철수설이 사그러들게 될 것이다.

강광석 인천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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