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의 고향정착을 위한 주택 기공식이 열렸다. 사진=용인시청
용인출신 ‘3대(代) 독립운동가’인 오희옥(91·여) 지사가 여생을 보낼 주택이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527-5번지 오 지사의 고향에서 지난 11일 첫 삽을 떴다.

주택은 대지 720㎡에 방 2개와 거실, 주방을 갖춘 1층 단독주택으로 오는 12월쯤 완공될 예정이다.

용인시는 지난 11일 오후 정찬민 시장을 비롯해 김중식 시의회 의장, 정해주 경기동부보훈지청장, 시·도의원, 해주 오씨 종중 관계자, 지역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희옥 지사 주택 착공식을 가졌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착공식에서 오 지사는 “도움을 주신 한 분 한 분이 진심으로 고맙고, 나라 없는 설움에 힘들었던 시간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이제 내 한 몸 편안한 여생보다 나라 사랑에 몸 바친 선열들이 기억되고 존중되는 계기가 되도록 지역과 국가사랑에 더 노력하는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오희옥 지사의 ‘고향정착 프로젝트’는 용인시 공무원을 비롯해 각계각층 시민들의 모금과 지역 기업들의 재능기부로 추진돼 광복절을 앞두고 그 의미를 더했다.

정찬민 시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3대가 독립 운동에 헌신한다는 것은 유래를 찾기 힘든 역사이며 용인에서 그러한 가문이 배출된 것이 대단히 자랑스럽다”며 “각계각층의 용인시민들이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한마음으로 오 지사를 모셔오기 위해 힘을 모아줘 더욱 뜻깊고 고맙다”고 말했다.

정찬민 시장과 공무원들은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 2천133만 원을 해주 오씨 소종중에 주택건립비용으로 전했고,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에서 후원금 100만 원, 착공식에서 원삼면 기관단체장협의회가 후원금 500만 원을 잇따라 종중에 전했다.

지역내 기업들도 재능기부로 주택건립에 동참했다. 건축설계와 골조공사는 ㈜유원건축사사무소가, 토목설계와 시공은 ㈜세화이엔씨와 인창건설이 각각 맡았다. 또 조경은 ㈜네이코스엔지니어링이, 전기·소방 등 설비는 매일전기와 승원엔지니어링㈜이 지원한다.

성남시에 있는 ㈜세이프로드가 울타리를 설치하기로 해 다른 지역 기업도 참여했다.

오 지사는 용인 원삼이 고향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독립운동을 벌였다.

할아버지 오인수(1867∼1935) 의병장은 1905년 한일병탄조약 체결 이후 용인과 안성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게 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고, 이후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아버지 오광선(1896∼1967) 장군은 1915년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독립군단 중대장, 광복군 장군으로 활약했다.

1927년 만주에서 태어난 오 지사도 두살 터울인 언니 오희영(1925∼1970) 지사와 함께 1934년 중국 류저우(柳州)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첩보수집과 일본군 내 한국인 사병을 탈출시키는 등 광복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오 지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슬하에 아들 둘, 딸 하나를 둔 오 지사는 현재 수원보훈복지타운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올 연말 주택이 완공되면 오 지사는 해방 이후 원삼면 원삼초등학교에서 8년간 교사생활을 하다 서울로 이사한 지 48년 만에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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