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수원더비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차이를 보였지만 지역 연고팀끼리의 대결로 시내에는 배너기가 게양됐고, 양측 서포터스들은 홈구장인 수원종합운동장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원정 경기장까지 거리행진을 하는 등 ‘축구도시’를 자부하는 새로운 문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시민구단끼리의 대결인 깃발더비의 경우 신선한 충격을 줬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승리팀의 깃발을 패한 팀 홈구장에 게양하자는 ‘도발’에 축구팬들은 그라운드에 모여 들었다. 정치적인 쇼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양 구단의 구단주들이 대외적으로 소속팀을 대놓고 챙김으로써 시민구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뿌리도 내리기 전에 6년간 수원FC에 몸담았던 조 감독이 자진사퇴한 것을 보면 본인과 주변 상황이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물론 선수단 운영에 책임이 가장 큰 조 감독이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최근 5연패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부진한 원인이 어찌 감독 한사람에게 있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수원FC는 타 시도민 구단 보다는 안정적으로 팀이 운영된다. 자치단체 및 의회와의 관계, 시민 열정 등에서 타 시도민 구단보다는 좋다. 인천 유나이티드나 안양FC 및 부천FC 등과 같이 정치적으로 휩싸이거나 내홍을 겪으며 시끄러웠거나 선수단 운영비 등을 걱정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외형적으로는 안정을 찾은 구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구단의 지향점을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성적을 쫓아가는 클래식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챌린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것인지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수원FC의 부진은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목표의식 부재가 가장 크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선수단의 성적으로 클래식에 승격했지만 과연 시스템 등 부차적인 요건은 그에 걸맞게 갖췄는지 되짚고 싶다. 클래식 무대에서의 시즌은 선수들의 성취감, 수원더비, 깃발더비 등의 이벤트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소가 많았지만 올해의 환경은 그렇지 않다. 예전보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영입됐다고는 하지만 조직력 축구를 하는 K리그서 보다 우수한 선수들이 들어왔다 해도 상대적으로 융화되지 않고 조직력이 뒤떨어진다면 성적은 불을 보듯 뻔 한 것 아닌가. 지난해와 올해 절반에 가까운 선수들이 1,2부 리그 등락에 따라 바뀐점을 감안한다면 상위권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비약적이다. 처음 이뤄지는 수원FC의 감독 교체가 공교롭게도 시즌중이라 더욱 어려움에 처할수도 있지만 이참에 보다 근원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앞에 열거한 구단들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수원FC의 지향점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적에 따른 감독의 교체 여부 보다는 수원FC가 시민구단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문제다.
오창원 문화체육부 부국장